고소장 접수 후에는 고소장 기재내용 등을 중심으로 따로 고소인을 불러 조사하면서 그 진술내용을 진술조서에 기재하게 되는데 이를 고소보충조사, 고소보충진술이라 한다.
많은 경우 격무에 지친 경찰이 조사 전 고소장 내용도 제대로 보지 않은 채 조사를 하는 과정에서 그제서야 읽어가며 질문을 날리고,
고소인 입장에서는 고소장에 이미 적은 내용이라 하더라도 고소장을 보세요라고 말할 것이 아니라 다시 답변을 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고소장에는 글로 일목요연하게 정리되었던 내용과 정보들이 말로 다시 재생되면서 상당부분이 증발하고 사라지기도 한다.
사실 어지간히 똑똑한 사람이거나 이 분야 종사자가 아니고서는 서면에 기재된 주장내용을 구술로 재생할 때 그 내용과 취지를 정확히 다시 옮기기란 쉽지 않다.
그래서 고소보충조사에 고소대리인으로 동석할 때면 기껏 잘 써놓은 고소장과 달리 고소인이 엉뚱한 진술을 할까 신경쓰지 않을 수 없다. 예외적인 상황을 제외하고는 고소대리인이 고소인을 완전히 대신하여 진술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오늘 동석에서는 그런 염려를 할 필요가 전혀 없었다.
담당경찰은 고소장 내용을 정독하다가 이따가 가끔 우리에게 짧은 질문으로 확인을 구하기만 했을 뿐, 우리에게 거의 '실제의' 질문을 하지 않았다.
대신 자신이 질문사항을 타이핑한뒤 고소장 내용을 보고 그에 대한 답변을 홀로 열심히 타이핑해나갔다. 그래서 조사시간 3시간 동안 긴 침묵과 간간이 그 침묵을 깨는 수사관의 간헐적 질문 몇 개만이 이어졌을 뿐이다.
이러한 '조사'를 마치고 조서를 살펴보니, 과연, 고소장의 취지를 벗어난 답변은 일체 없었고 정확하고 세련된 문어체의 답변이 가지런히 정렬되어 있었다.
좋은 것 같기도 한데 이런식으로 할거면 사실 그 3 시간 동안 대기할 필요 없이 정리 다 마칠 때 쯤 고소인 측을 불러 내용 확인시키고 감수받으면 훨씬 더 시간이 절약될 것이고 더 나아가 아예 고소장 파일을 넘겨받아 오려 붙이기를 하면 비약적인 시간 절약이 가능할 것이다.
뭐랄까 기존에 민사소송에서 문제를 제기받아온 구술변론의 형해화를 능가하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