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속피고인에 관하여 공판이 있을 때, 해당 피고인의 차례가 되기 전까지는 법정 옆 피고인 대기실에서 기다리게 됩니다.
그런데 형사사건 변호를 하다보면, 물론 사전에 충분한 구치소 접견을 통하여 피고인과 논의를 하는 것이 중요하지만, 재판 당일에 재판에 들어가기에 앞서 이야기를 나눌 필요가 있는 때가 의외로 많이 있습니다.
이럴 때 대기실에서 재판이 시작되기 전에 잠시 접견을 할 수 있는지와 관련해서는, 원칙적으로는 교도관 측에서 계호근무준칙 등을 이유로 이를 불허하고 있습니다(다만, 변호인이 핏대를 세우면서 접견을 하겠다고 싸우면 그에 못이기고 접견을 시켜주는 경우도 간혹 있습니다;;)
이러한 접견 불허에 관하여 헌법소원을 제기한 사안인데, 다수의견은 이를 합헌으로 보았습니다. 합헌으로 본 이유 중 주목할 것은 본래 면담의 비밀성이 보장되어야 할 변호인 접견이 법정대기실에 있어서는 전혀 이뤄질 수 없다는 점(이 부분은 도리어 헌법소원을 신청한 청구인의 이익과 관련된 부분입니다), 그리고 다른 수용자들과의 관계상 계호에 곤란을 초래할 수 있는 점입니다.
한편, 반대의견의 논지도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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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재판소 2009. 10. 29. 자 2007헌마992 결정 【조력을 받을 권리 침해 위헌확인】
【판시사항】
법정 옆 피고인 대기실에서 재판대기중인 피고인이 공판을 앞두고 호송교도관에게 변호인 접견을 신청하였으나, 교도관이 이를 허용하지 아니한 것이 피고인의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침해한 것인지 여부(소극)
【재판요지】
구속피고인 변호인 면접·교섭권은 독자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국가형벌권의 적정한 행사와 피고인의 인권보호라는 형사소송절차의 전체적인 체계 안에서 의미를 갖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구속피고인의 변호인 면접·교섭권은 최대한 보장되어야 하지만, 형사소송절차의 위와 같은 목적을 구현하기 위하여 제한될 수 있다. 다만 이 경우에도 그 제한은 엄격한 비례의 원칙에 따라야 하고, 시간·장소·방법 등 일반적 기준에 따라 중립적이어야 한다. 청구인은 법정 옆 구속피고인 대기실에서 재판을 대기하던 중 자신에 대한 재판 시작 전 약20분전에 교도관 김·호에게 변호인과의 면담을 요구하였다. 당시 위 대기실에는 청구인을 포함하여 14인이 대기 중이었고, 그 중 11인은 살인미수, 강간치상 등 이른바 강력범들이었다. 반면 대기실에서 근무하는 교도관은 위 김·호를 포함하여 2명 뿐 이었다. 또한 청구인은 변호인과의 면접에 관하여 사전에 서면은 물론 구두로도 신청한 바 없었고, 교도관들은 청구인이 만나고자 하는 변호인이 법정에 있는지 조차 알 수 없는 상황이었다. 이 때 교도관이 계호근무준칙상의 변호인 접견절차를 무시하고라도 청구인의 변호인과의 면접을 허용하려면, 법정으로 들어가 변호인을 찾은 후 면담의 비밀성이 보장되고 계호에도 문제가 없는 공간을 찾아서 면담을 하게 하여줄 수밖에 없다. 그러나 위 상황에서 교도관이 청구인과 변호인 간의 면담을 위하여 이와 같은 행위를 하여줄 경우 다른 피고인들의 계호 등 교도행정업무에 치명적 위험이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결국 위와 같은 시간적·장소적 상황을 고려할 때, 청구인의 면담 요구는 구속피고인의 변호인과의 면접·교섭권으로서 현실적으로 보장할 수 있는 한계 범위 밖이라고 아니할 수 없다. 따라서 청구인의 변호인 면담 요구를 받아들이지 아니한 교도관 김·호의 접견불허행위는 청구인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위헌적인 공권력의 행사라고 보기 어렵다.
재판관 이동흡, 재판관 목영준의 법정의견에 대한 보충의견
법원 구내라 할지라도 구속피고인과 변호인의 접견교통은 충분히 보장되어야 할 것이며, 다만 법원 구내에서의 구속피고인과 변호인 사이의 접견교통은 법원 구내에서의 구속피고인의 계호관리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므로 계호질서유지를 위하여 해당 변호인이 접견신청을 하는 등의 최소한의 절차는 필요하다고 할 것이다.
우리의 경우 각급 법원은 법원 구내에 구속피고인의 변호인 접견교통권을 보장할 수 있는 시설을 갖추고 있지 아니한 것이 현실인바, 법원은 법원 구내에 구속피고인을 위한 변호인 접견실을 확보함으로써 구속피고인의 변호인 접견교통권이라는 중요한 기본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하기 위하여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하겠다. 또한 법원 구내에서의 변호인 접견교통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하기 위한 계호인력 및 시설확보가 즉각적으로 실현되기 어렵다고 할 경우에는 현재의 인력과 시설이 허용하는 범위 하에서라도 구속피고인의 변호인 접견교통권을 보장하기 위한 최대한의 배려가 필요하다.
재판관 조대현, 재판관 김종대의 반대의견
구금된 피의자·피고인이 수사를 받거나 재판을 받을 경우에는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필요성이 특히 현저하다고 할 수 있다. 이처럼 구금된 피의자·피고인에게 변호활동이 필요한 이상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는 보장되어야 하고, 피구금자에 대한 계호활동이 곤란하다거나 수사나 재판에 지장을 준다는 이유로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제한할 수 없다. 그런데 계호근무준칙(법무부훈령 제520호) 제275조의 규정은 구금된 피의자·피고인이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기본권을 계호활동이나 수사절차 또는 재판절차의 편의를 위하여 제한할 수 있게 하는 것이어서 헌법 제12조 제4항에 위반된다. 청구인은 구속된 피고인으로서 법정 옆 구속피고인 대기실에서 변호인의 접견을 요청하였다가 그 접견이 허용되지 않았다. 구속된 피고인이 재판을 받기 직전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필요가 특히 큼에도 불구하고 변호인을 접견하지 못하게 한
것은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침해하였다고 보지 않을 수 없다. 따라서 청구인에 대한 변호인 접견 거부처분은 청구인의 변호인 조력을 받을 권리를 침해한 것임을 확인하고, 더 나아가 헌법재판소법 제75조 제5항에 따라 위 계호근무준칙 제275조가 헌법 제12조 제4항에 위반된다고 선언하여야 한다.
【당 사 자】
청 구 인 박○호
대리인 변호사 변영철 외 11인
【피청구인】 법무부장관
【주 문】
이 사건 심판청구를 기각한다.
1. 사건의 개요와 심판의 대상
가. 사건의 개요
(1) 청구인은 2007. 3. 30. 일반자동차방화죄의 혐의로 구속되어 같은 해 4. 4.부터 울산구치소에 수용되었고, 같은 해 4. 20.울산지방법원에 기소되었는바, 공소사실은 다음과 같다.
『청구인은 화물연대 ○○지회 조직차장으로 청구외 주○돈, 정○식, 이○호 등과 공모하여, 화물연대 총파업 결의에 따라 조합원들의 파업을 독려하고, 총파업에 동참하지 않고 운행중인 화물차량 운전기사들로 하여금 파업기간 동안 화물운송을 못하게 하기 위하여 파업에 참가하지 않고 화물을 적재한 차량을 방화하기로 하고, 2006. 12. 1. 01:50경 양산시 물금읍 증산리 소재 (주)양산icd 사무실 앞 주차장에서 피해자 유○권 소유의 트레일러에 신너를 뿌리고 불을 붙여서 피해자들의 화물차량 2대 합계 약 2,333만원 상당의 재물을 손괴하였다.』
(2) 2007. 6. 19. 16:30 울산지방법원 101호 법정에서 청구인에 대한 제1심 피고사건의 제2차 공판이 예정되어 있었는바, 위 법정 옆 구속피고인 대기실에서 대기중이던 청구인은 16:10경 청구인을 호송하는 교도관 교위 김○호에게 변호인을 접견하게 하여달라고 요구하였다. 이에 김○호는 법정 옆 구속피고인 대기실에서는 변호인 접견이 허용되지 않는다고 하며 청구인의 위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3) 이에 청구인은 김○호가 위와 같이 변호인접견을 허용하지 않은 것은 헌법 제12조 제4항이 규정한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침해한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2007. 9. 4.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4) 한편, 울산지방법원 제3형사부는 2007. 8. 14. 청구인의 위 공소사실에 대한 유죄를 인정하여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의 형을 선고하였다. 위 제1심판결에 대하여 검사가 항소하였으나 같은 해 11. 7. 제2심에서 제1심과 동일한 판결이 선고되었고, 그 판결이 확정되었다.
나. 심판의 대상 및 관련규정
(1) 심판의 대상
이 사건 심판의 대상은, ‘교도관 교위 김○호가 2007. 6. 19. 16:10경 울산지방법원 101호 법정 옆 구속피고인 대기실에서 청구인의 변호인접견을 허용하지않은 행위’(이하 ‘이 사건 접견불허행위’이라고 한다)가 청구인의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을 부당하게 침해하였는지 여부이다.
(2) 관련규정
[별지] 기재와 같다.
2. 청구인의 주장 및 관계기관의 의견
가. 청구인의 주장요지
신체구속을 당한 사람에게 보장된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 특히 미결구금 피고인의 변호인과의 자유로운 접견은 국가안전보장, 질서유지, 공공복리 등 어떠한 명분으로도 제한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라고 할 것인바, 구속피고인인 청구인에 대한 이 사건 접견불허 행위는 헌법 제12조 제4항이 정한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침해한 것으로서 위헌적인 처분이다.
나. 이해관계기관 울산구치소장의 답변 요지
(1) 구속피고인과 변호인과의 접견은 일정한 절차에 따라 변호인 접견신청서를 제출하여야 하고, 지정된 장소에서 하여야 한다. 그러므로 재판을 위하여 대기중인 수용자가 법정 옆 구속피고인 대기실에서 접견을 요청하는 것은 적법한 접견신청이라고 할 수 없다.
(2) 법정 옆 구속피고인 대기실에는 많은 수용자들이 재판을 준비하기 위하여 대기하고 있고, 계호하는 교도관 역시 수용자의 공범분리 및 질서유지 등을 위하여 엄격한 규율에 따라야 하므로, 교도관이 시간과 장소를 무시한 청구인의 접견신청을 허가하지 아니할 정당한 이유가 있다.
(3) 법정 옆 구속피고인 대기실에는 많은 피고인들이 재판을 대기하고 있고, 달리 독립되어 접견할 수 있는 공간이 없으므로 피고인과 변호인 간의 자유로운 접견장소라고 하기 어렵다.
(4) 당시 청구인이 공판을 받기 위하여 출석한 울산지방법원 제101호 법정은 형사합의부 재판법정인바, 당시 청구인을 비롯한 14명의 피고인이 대기실에서 공판종료 후 또는 공판대기를 위하여 재석하고 있었고, 반면 대기실에서 근무하는 교도관은 2명 뿐이었다. 교도관들은 공판대기중인 수용자의 질서유지를 위하여 미결수용자를 계호하여야 하고 그 입소부터 출소까지의 전반적인 과정을 기록으로 유지하여 관리해야 하는바, 이러한 여건 속에서 법정 옆 구속피고인 대기실에서 변호인 접견의 업무까지 담당할 경우에는 교도관들의 계호업무 등 교정행정업무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한다.
3. 적법요건에 대한 판단
가. 피청구인 적격
청구인은, 이 사건 심판대상을 ‘권력적 사실행위인 접견불허행위’로 주장하면서도 피청구인을 법무부장관으로 기재하고 있다. 그러나 권력적 사실행위란 공권력의 행사 중, 행정주체의 행정행위 기타 일정한 법적효과의 발생을 목적으로 하는 법적 행위가 아니라, 직접적으로 일정한 사실상 결과의 발생만을 목적으로 하는 행정상의 사실행위이므로( 헌재 1994. 5. 6. 89헌마35, 판례집 6-1, 462, 481 참조), 이 사건 청구의 피청구인은 법무부장관이 아닌 위 접견불허행위의 실제 행위자인 교도관 김○호가 되어야 한다(만일 청구인이 법무부훈령인 계호근무준칙의 위헌성을 다투는 취지라면, 권력적 사실행위가 아닌 법령에 대한 헌법소원이 되어야 하는데, 이 경우에는 피청구인의 개념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청구인의 주장을 선해하여, 이 사건 피청구인을 교도관 김○호로 하여 판단하기로 한다.
나. 권리보호이익
이 사건 심판기록에 의하면 청구인은 2007. 6. 19.16:10경 청구인에 대한 일반자동차방화죄 피고사건에 대한 제1심 법원의 제2차 공판을 앞두고 변호인과의 면담을 요구하였으나, 그시경 교도관 김○호로부터 면담을 허용할 수 없다고 하는 이 사건 접견불허행위를 통지받았다. 한편, 울산지방법원 제3형사부는 2007. 8.14. 청구인에 대하여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였으며, 위 제1심판결에 대한 항소심에서 제1심과 동일한 판결이 선고되었고 그 판결이 확정되었다. 따라서 제1심의 제2차 공판절차에서의 변호 준비를 하기 위한 이 사건 심판청구가 인용된다고 하여도 그 판결이 확정된 현재에 이르러서는 청구인의 주관적 권리구제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할 것이다.그러나 헌법소원은 주관적 권리구제 뿐만 아니라 객관적인 헌법질서보장의 기능도 겸하고 있으므로 가사청구인의 주관적 권리구제에는 도움이 되지 아니한다 하더라도 같은 유형의 침해행위가 앞으로도 반복될 위험이 있고, 헌법질서의 수호 유지를 위하여 그에 대한 헌법적 해명이 긴요한 사항에 대하여는 심판청구의 이익을 인정하여야 할 것이다( 헌재 1994. 5. 6. 89헌마35, 판례집 6-1, 462, 481).체포 또는 구속당한 피의자나 피고인의 변호인접견 교통권은 헌법 제12조 제4항에서 정해 놓은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실질적으로 보장하기 위한 가장 중요한 기본권 중의 하나인바, 그 중 구속피고인이 법정 옆 구속피고인 대기실에서 재판을 대기하는 동안 바로 그곳에서 변호인과의 접견이 허용될 것인지 여부에 관하여는, 장래 같은 유형의 문제가 반복되어 발생할 가능성이 있을 뿐 아니라 이에 대한 판례가 아직 확립되지 아니하였으므로, 헌법적 해명이 필요하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청구인의 이 사건 심판청구에는 심판청구의 이익이 있다.
4. 본안에 관한 판단
가. 변호인과의 면접·교섭권
헌법 제12조 제4항 본문은 “누구든지 체포 또는 구속을 당한 때에는 즉시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라고 규정하여 신체구속을 당한 사람에 대하여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기본권으로 보장하고 있다. 여기서 ‘변호인의 조력’은 ‘변호인의 충분한 조력’을 의미하는 것인바( 헌재 1994. 5. 6. 89헌마35, 판례집 6-1, 462, 481 참조), 신체구속을 당한 사람에 대하여 변호인의 충분한 조력을 받게 하기 위하여는 무엇보다도 신체구속을 당한 사람이 변호인과 충분한 상담을 할 수 있도록 해 주어야만 할 것이므로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의 필수적 내용은 신체구속을 당한 사람과 변호인과의 접견교통이다. 변호인은 접견을 통하여 구속된 피의자나 피고인의 상태를 파악하여 그에 따른 적절한 대응책을 강구하고, 피의사실이나 공소사실의 의미를 설명해 주고 그에 관한 피의자나 피고인의 의견을 들어 대책을 의논한다. 또한 법적·심리적으로 불안한 상태에 있는 피의자나 피고인은 변호인과의 접견을 통하여 위로를 받음으로써 심리적인 안정을 회복하고, 형사소송절차 내에서 효과적으로 방어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된다.한편, 헌법 제27조 제4항은 “형사피고인은 유죄의 판결이 확정될 때까지 무죄로 추정된다.”라고 하여 이른바 무죄추정의 원칙을 선언하고 있다. 이와 같은 무죄추정의 원칙은 형사절차에서 불리한 처지에 놓인 피의자나 피고인의 지위를 옹호하여 그들의 불이익을 필요한 최소한에 그치게 하자는 것으로서 인간의 존엄성 존중을 궁극의 목표로 하고 있는 헌법이념에서 나온 것이다.형사소송절차는 이와 같이 무죄로 추정되는 피고인이 자신에게 유리한 사실과 증거자료를 제출함으로써 자신의 방어권을 가장 효과적으로 행사할 수 있는 절차이므로, 형사소송절차에서 피고인의 방어권을 최대한 보장하는 것은 헌법상 보장되는 ‘공정한 재판받을 권리’를 실현하기 위한 전제 조건이라고 할 수 있다.따라서 재판을 앞둔 피고인이 방어권 행사를 준비하기 위한 변호인과의 면접·교섭권은 최대한 보장되어야 할 권리라고 할 것이고, 이와 같은 중대한 기본권을 침해하는 조치는 위헌적이라고 할 것이다. 특히 신체가 구속되어 있는 피고인으로서는 심리적으로도 가장 불안한 시점이라고 할 것이어서, 변호인의 법률적·심리적 조력을 가장 필요로 하는 시점이라고 할 것이므로 그 면접·교섭권의 보장이 더욱 절실히 요청된다고
할 것이다.
나. 면접·교섭권의 한계
그러나 구속피고인의 변호인 면접·교섭권의 위와 같은 중요성은 독자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국가형벌권의 적정한 행사와 피고인의 인권보호라는 형사소송절차의 전체적인 체계 안에서 의미를 갖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구속피고인의 변호인 면접·교섭권은 최대한 보장되어야 하지만, 형사소송절차의 위와 같은 목적을 구현하기 위하여 제한될 수 있다. 다만 이 경우에도 그 제한은 엄격한 비례의 원칙에 따라야 하고, 시간·장소·방법 등 일반적 기준에 따라 중립적이어야 한다.
이에 따라 행형법(2007. 12. 21. 법률 제8728호 ‘형의 집행 및 수용자의 처우에 관한 법률’로 전부 개정되기 전의 것)은제18조에서 수용자의 접견에 관한 일반적 규정을 두는 것과는 별도로, 제66조 제1항에서 미결수용자와 변호인 간의 접견에 관한 특별규정을 두어, 미결수용자와 변호인과의 접견에는 교도관이 참여하거나 그 내용을 청취 또는 녹취하지 못하고, 단지 보이는 거리에서 미결수용자를 감시할 수 있도록만 하였다. 또한 행형법 시행령(2008. 10. 29. 대통령령 제21095호로 전부 개정되기 전의 것)도 미결수용자와 변호인 간의 접견에 대하여는 특별규정을 두어, 접견시간 및 접견횟수의 제한이 없도록 하고(제54조, 제56조 제2항), 접견시에도 일반 접견과는 달리 변호인의 성명과 주소만을 기록할 뿐 면담요지등을 기록하지 않도록 하였다(제58조 제1항). 나아가 계호근무준칙(법무부훈령 제520호, 2005. 7. 11. 개정된 것) 제275조는 출정 수용자의 일반적 접견은 허가하지 아니하면서도, 변호인과의 접견은 허용하되, 다만 계호의 효율성과 접견의 특성을 고려하여 변호인 접견의 절차(제1호), 장소(제2호) 및 방식(제3호, 제4호) 등을 규율하고 있다.결국 출정피고인에게도 변호인과의 면접·교섭권을 최대한 보장하여야 하지만, 계호의 필요성과 접견의 비밀성을 위하여 비례의 원칙에 따라 일반적 기준 아래에서 그 절차, 시간, 장소, 방식 등이 제한될 수 있다고 할 것이다.
다. 이 사건 접견불허행위
이 사건 심판기록에 의하면, 청구인은 법정 옆 구속 피고인 대기실에서 재판을 대기하던 중 자신에 대한 재판 시작 전 약 20분전에 교도관 김○호에게 변호인과의 면담을 요구하였다. 당시 위 대기실에는 청구인을 포함하여 14인이 대기 중이었고, 그 중 11인은 살인미수, 강간치상 등 이른바 강력범들이었다. 반면 대기실에서 근무하는 교도관은 위 김○호를 포함하여 2명 뿐이었고, 위 대기실에는 다른 피고인들로부터 접견의 비밀이 보장될 공간이 없었다. 또한 청구인은 변호인과의 면접에 관하여 사전에 서면은 물론 구두로도 신청한 바 없어, 교도관들이 이에 대한 준비를 하지 아니하였을 뿐 아니라, 청구인이 만나고자 하는 변호인이 법정에 있는지 조차 알 수 없는 상황이었다.이 때 교도관 김○호가 계호근무준칙상의 변호인 접견절차를 무시하고라도 청구인의 변호인과의 면접을 허용하려면, 위 김○호가 법정으로 들어가 변호인을 찾은 후 면담의 비밀성이 보장되고 계호에도 문제가 없는 공간을 찾아서 김○호가 면담내용이 들리지 않는 거리에서 지켜보는 가운데 면담을 하게 하여줄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위 상황에서 김○호가 청구인과 변호인 간의 면담을 위하여 이와 같은 행위를 하여주리라고 기대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울 뿐 아니라 오히려 그러한 행위가 다른 피고인들의 계호 등 교도행정업무에 치명적 위험이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결국 위와 같은 시간적·장소적 상황을 고려할 때,청구인의 이 사건 면담 요구는 구속피고인의 변호인과의 면접·교섭권으로서 현실적으로 보장할 수 있는 한계 범위 밖이라고 아니할 수 없다. 따라서 청구인의
변호인 면담 요구를 받아들이지 아니한 교도관 김○호의 이 사건 접견불허행위는 청구인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위헌적인 공권력의 행사라고 보기 어렵다.
5. 결 론
그렇다면, 이 사건 심판청구는 이유없어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이 결정에는 아래6.과 같은 재판관 이동흡, 재판관 목영준의 법정의견에 대한 보충의견, 아래 7.과 같은 재판관 조대현, 재판관 김종대의 반대의견이 있다.
6. 재판관 이동흡, 재판관 목영준의 법정의견에 대한 보충의견
우리는 이 사건 접견불허행위가 청구인의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을 침해하지 아니하였다는 다수의견과 그 뜻을 같이 하지만, 형사재판을 위하여 법원에 이송되어 재판 대기 중인 구속피고인의 변호인 접견교통권 행사에 관하여는 그 실현을 위한 법령이나 시설 등이 미비하고 아직 판례나 학설이 확립되지 아니하여 헌법적 해명이 필요한 과제라고 할 것이므로 아래와 같이이에 관한 의견을 보충하기로 한다.
가. 체포 또는 구속을 당한 피의자 및 피고인의 변호인과의 접견교통은 헌법 제12조 제4항에 규정된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의 필수적 내용이다. 구속피고인은 변호인과의 접견을 통하여 형사소송절차 내에서 효과적인 방어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될 뿐만 아니라 심리적 불안을 해소할 수 있게 되는바, 특히 재판을 목전에 앞둔 구속피고인의 경우 변호인과 상담하여 그 조언을 받는 등 변호인으로부터 조력을 받을 기회를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할 것이므로 변호인과의 접견교통권이 확고하게 보장되어야 할 것이다.그런데 현행 형사소송법 등 관련 법령은 구속피고인이 법원 구내에서 변호인 접견교통권을 행사할 수 있는지 여부 및 그 행사절차에 관한 명문의 규정을 두고 있지 아니하다. 다만, 상위법령의 위임을 받지 아니한법무부 훈령인 계호근무준칙 제275조는 출정중인 수용자가 변호인 접견교통권을 행사하기 위해서는 ‘사전에 담당판사 또는 담당검사에게 통보하고 구치소장의 허가를 받아 실시하고, 담당판사 또는 담당검사가 지정한 법원 또는 검찰청 사무실에서 접견하여야 하며 구치감 내에서 접견하여서는 아니된다.’고 규정함으로써 동 권리의 행사절차를 엄격하게 규정하고 있다. 이와 같이 법무부 훈령 규정이 법원 구내에서의 변호인 접견교통권 행사를 매우 제한적으로 규율하고 있는 점, 법원 구내에 재판 대기 중인 구속피고인과 변호인의 접견을 위한 별도의 시설이 존재하지 아니하는 점, 일반적으로 재판을 위하여 법원에 이송되어 오는 피고인 수에 비하여 이들의 계호를 담당하는 호송 교도관의 수가 극히 적은 수로 배정되는 점 등을 종합하여 살펴볼 때, 법원 구내에서 구속피고인과 변호인의 접견교통은 사실상 허용하지 않는 것이 일반적인 실무관행임을 알 수 있다.그러나 구속피고인은 변호인과의 접견을 통하여 형사소송절차 내에서 효과적인 방어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되고, 특히, 재판 직전 피고인이 재판과 관련하여 긴급하게 변호인과 상담하고 조언을 받는 등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필요가 있을 수도 있다는 점에 비추어 볼 때, 법원 구내라 할지라도 구속피고인과 변호인의 접견교통은 충분히 보장되어야 할 것이며, 다만, 법원 구내에서의 구속피고인과 변호인 사이의 접견교통은 법원 구내에서의 구속피고인의 계호관리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므로 계호질서유지를 위하여 해당변호인이 접견신청을 하는 등의 최소한의 절차는 필요하다고 할 것이다.
나. 한편, 우리나라와 형사법 체계가 유사한 일본의 경우를 보면, 교정당국이 변호인의 신청에 따라 법원 구내에서의 구속피고인과 변호인 사이의 접견이 이루어지도록 하고 있는바, 접견신청의 일시는 재판 당일인 경우가 대부분이며, 접견장소는 법원 청사 내에 별도로 설치되어 있는 구속피고인 구치시설 내의 접견실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특히, 최근 재판원제도가 실시되면서, 공판이 집중적으로 이루어짐에 따라 피고인과 변호인 사이의 접견교통의 필요성이 더욱 커지게 되자, 법원 구내의 구치시설 내의 변호인 접견실 외에도 법정과 근접한 위치에 별도의 변호인 접견실을 신설하는 등 재판 대기 중인 구속피고인의 변호인 접견교통권의 충실한 보장을 도모하고 있다.그런데, 우리의 경우 각급 법원은 법원 구내에 구속 피고인의 변호인 접견교통권을 보장할 수 있는 시설을 갖추고 있지 아니한 것이 현실인바, 법원은 법원 구내에 구속피고인을 위한 변호인 접견실을 확보함으로써 구속피고인의 변호인 접견교통권이라는 중요한 기본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하기 위하여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하겠다. 만일 법원 구내에서의 변호인 접견교통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하기 위한 계호인력 및 시설확보가 즉각적으로 실현되기 어렵다고 할 경우에는 현재의 인력과 시설이 허용하는 범위 하에서라도 구속피고인의 변호인 접견교통권을 보장하기 위한 최대한의 배려가 필요할 것이다. 따라서 교정당국으로서는 구속피고인에 대한 계호나 재판에 지장을 초래하지 아니하는 한, 피고인과 변호인이 접견의 비밀이 완전히 보장되기 어려운 장소에서의 단시간의 접견이라도 희망하는지를 확인하여 시간 및 장소적 제약하에서나마 접견교통권 행사가 가능하도록 조치하여야 할 것이다.
다. 결국 피고인의 방어권을 위하여 매우 중요한 시기에 구속피고인의 변호인 접견교통권을 단지 시설과 계호인력 부족을 이유로 하여 일반적, 전면적으로 제한하는 실무관행은 여러 가지 현실을 감안하여도 바람직하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시정될 필요가 있다 할 것이고, 나아가 각급 법원으로서는 구속피고인이 법원구내에서 변호인과 효과적인 접견을 할 수 있는 시설을 마련함으로써 구속피고인의 변호인 접견교통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할 필요가 있다고 할 것이다.
7. 재판관 조대현, 재판관 김종대의 반대의견
헌법 제12조 제4항은 체포 또는 구속된 사람은 누구든지 즉시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고 규정하고 있다. 체포 또는 구속된 사람은 수사절차 및 재판절차를 통하여 검사로부터 국가권력에 의한 공격을 받게 되므로 그러한 공격에 대응하여 자신을 방어하는 변호활동이 절실하게 되는데, 신체의 구금으로 인하여 자신을 변호하기 위한 활동을 스스로 하지 못하고 변호인의 활동에 의지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체포 또는 구속된 사람에게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는 수사 및 재판의 모든 과정에서 지극히 긴요하고 소중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헌법 제12조 제4항은 구금된 즉시 변호인의 조력을 받도록 보장하면서, 형사피고인이 스스로 변호인을 구할 수 없을 때에는 국가가 변호인을 붙이도록 규정하고 있는 것이다. 체포 또는 구속된 사람이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는 체포 또는 구속된 직후뿐만 아니라 수사절차 또는 재판절차가 완료될 때까지 변호활동이 필요한 경우에는 언제나 보장되어야 하는 것이다. 구금된 피의자·피고인이 수사를 받거나 재판을 받을 경우에는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필요성이 특히 현저하다고 할 수있다. 수사나 재판이 진행중일 때에는 물론이고 수사나 재판이 시작되기 전에도 변호인과 만나서 수사나 재판에 대비하여 변호활동을 준비할 필요가 매우 크다고 할 것이다.이처럼 구금된 피의자·피고인에게 변호활동이 필요한 이상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는 보장되어야 하고, 피구금자에 대한 계호활동이 곤란하다거나 수사나 재판에 지장을 준다는 이유로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제한할 수 없다. 오히려 구금된 피의자·피고인이 변호인의 조력을 충분히 받을 수 있도록 보장하는 것을 전제로 하여 계호활동이나 수사절차나 재판절차가 진행되어야 한다.그런데 계호근무준칙(법무부훈령 제520호) 제275조는 출정중인 수용자의 변호인 접견은 사전에 담당판사 또는 담당검사에게 통보하고 구치소장의 허가를 받아 실시하고 담당판사 또는 담당검사가 지정한 법원 또는 검찰청 사무실에서 접견하여야 하고 구치감 내에서 접견하여서는 아니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규정은 구금된 피의자·피고인이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기본권을 계호활동이나 수사절차 또는 재판절차의 편의를 위하여 제한할 수 있게 하는 것이어서 헌법 제12조 제4항에 위반된다고 보지 않을 수 없다.청구인은 구속된 피고인으로서 울산지방법원 법정 옆 구속피고인 대기실에서 변호인의 접견을 요청하였다가 법정 옆 구속피고인 대기실에서는 변호인 접견이 허용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변호인 접견이 허용되지 않았다. 이는 구속된 피고인이 재판을 받기 직전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필요가 특히 큼에도 불구하고 변호인을 접견하지 못하게 한 것으로서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
를 침해하였다고 보지 않을 수 없다. 청구인에 대한 변호인 접견거부처분이 위 계호근무준칙 제275조를 근거로 한 것이라고 하더라도, 위 계호근무준칙 제275조가 헌법 제12조 제4항에 위반되는 것이므로, 청구인에 대한 변호인 접견거부처분이 정당화될 수 없다.따라서 청구인에 대한 변호인 접견 거부처분은 청구인의 변호인 조력을 받을 권리를 침해한 것임을 확인하고, 더 나아가 헌법재판소법 제75조 제5항에 따라 위 계호근무준칙 제275조가 헌법 제12조 제4항에 위반된다고 선언하여야 한다.
재판관 이강국(재판장) 이공현 조대현 김희옥 김종대 민형기 이동흡 목영준 송두환
[별지] 관련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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