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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례 소개

강제집행 면탈을 위한 명의신탁이 민법 제103조 위반의 법률행위인지 여부(소극)

신탁자가 강제집행 면탈을 위하여 부동산을 명의신탁한 후 다시 신탁된 부동산의 반환청구를 함에 있어, 수탁자 측에서 강제집행 면탈을 위한 법률행위로서 민법 제103조에 저촉되어 불법원인급여로서 반환을 청구할 수 없다고 항변한 사안입니다. 

 

그러나 판례는 단순히 강행규정 위반만 가지고 민법 제103조 위반이라 단정할 수 없고, 그 행위 자체로 반사회적이어야 하는데, 강제집행 면탈을 위한 명의신탁 행위는 반사회질서 행위라 볼 수 없다고 판시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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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고등법원 1997. 12. 12. 선고 96나343 판결【소유권이전등기】[판례집불게재]

원심판결

제주지방법원 1996.05.23 95가합4809

 

상급심판결

대법원 1999.10.12 선고 98다6176 판결

 

전문

【원고, 피항소인】 채△자(소송대리인 변호사 강윤호)

【피고, 항 소 인】 최◇희외 4인(소송대리인 변호사 김병헌외 1인)

【변론종결】

1997. 11. 21.

【원심판결】

제주지방법원 1996. 5. 23. 선고 95가합4809 판결

【주 문】

1. 원심판결을 아래와 같이 변경한다.

가. 피고들은, 원고로부터 별지 2 목록 금액란 기재 각 금원 및 이에 대하여 1997. 2. 21.부터 완제일까지 연 5푼의 비율에 의한 금원을 지급받음과 동시에, 별지 1목록 기재 각 토지 중 별지 2 목록 지분란 기재 각 해당지분에 관하여, 별지 2 목록 명의신탁 해지일자란 기재 각 명의신탁 해지를 원인으로 한 소유권이전등기절차를 각 이행하라.

나. 원고의 피고들에 대한 나머지 청구를 기각한다.

2. 소송총비용은 이를 4분하여 그 3은 피고들의, 나머지는 원고의 각 부담으로 한다.

【청구취지】

원고에게, 별지 1목록 기재 각 토지(이하 이 사건 토지라 한다) 중 각 해당 지분에 관하여, 피고 최◇희는 1995. 12. 23.자, 나머지 피고들은 1996. 1. 18.자 각 명의신탁 해지를 원인으로 한 소유권이전등기절차를 이행하라는 판결

【항소취지】

원심판결을 취소한다. 원고의 피고들에 대한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는 판결

【이 유】

1. 이 사건 토지의 매수 및 등기 경위

갑 제1호증의 1, 2, 3, 갑 제2호증(피고들은 동 문서가 원고와 소외 정▣우의 강요에 의하여 작성된 것이라는 취지로 항변하나, 이에 부합하는 듯한 원심증인 이태용의 일부 증언은 이를 믿지 아니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 갑 제4호증 내지 갑 제8호증, 갑 제10호증의 각 기재, 원심증인 정▣우, 당심증인 김▼종, 김◈채의 각 증언에 변론의 전취지를 종합하면, 원고와 남편인 소외 김◈채는 1984. 11. 28. 소외 김▲창, 김▼종으로부터 이 사건 토지를 금 59,659,000원에 매수하면서, 매매계약서상 매수인은 소외 김◈채로 기재하되 실제로는 원고 소유로 하기로 하였는데, 다만 위 김◈채가 1984.경 국세를 체납한 사실이 있어서 원고나 김◈채 이름으로 등기하는 경우에는 국가로부터 압류를 당할 우려가 있다고 생각하고, 이 사건 토지를 원고의 오빠인 소외 채☆준에게 명의신탁하기로 하여 1984. 12. 7.부터 1985. 3. 7.까지 사이에 이 사건 토지에 대하여 위 채☆준 앞으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친 사실, 원고와 위 김◈채는 이 사건 토지를 매수한 후 각 토지 사이의 경계담장을 허물어 사실상 하나의 토지로 만든 다음 그 지상에 비닐하우스를 지어 1988.경까지 바나나를 재배하였고, 그 이후 원고 부부가 바나나 재배를 중단하고 서울로 올라간 이후에는 위 김◈채의 형인 김♤덕으로 하여금 위 비닐하우스 내에 거주하면서 이 사건 토지를 관리하게 하였으며, 그 뒤 다시 1995. 11.경부터 원고 부부가 직접 이를 점유 관리해오면서 원고가 이 사건 토지를 매수한 이래 1994.경까지 이에 관한 재산세를 스스로 납부하여 온 사실, 그런데 위 채☆준이 1992. 7. 4. 사망하여 그의 처와 자식들인 피고들이 별지 2목록 지분란 기재 각 지분에 따라 그 재산을 상속함으로써, 이 사건 토지에 관하여도 피고들 앞으로 상속을 원인으로 위 지분에 따른 소유권이전등기가 마쳐져 있는 사실, 한편 원고는 이 사건 소장의 송달로써 피고들에 대하여 이 사건 토지에 관한 명의신탁을 해지한다는 의사표시를 한 사실을 각 인정할 수 있고, 이에 어긋나는 듯한 원심증인 이태용의 일부증언은 이를 믿지 아니하며, 또한 피고들이 이 사건 토지에 관한 등기권리증(을 제3호증)을 현재 소지하고 있고, 갑 제2호증(확인서)에는 '김◈채의 소유인 것'을 인정하는 것으로 기재되어 있기는 하나 앞서 본 증거들에 의하면, 위 채☆준이 사망하자 피고 최◇희가 이 사건 토지 등 채☆준 명의로 된 부동산을 상속등기 하는 데에 필요하다고 하여 원고가 보관 중인 기왕의 등기권리증을 등기우편으로 우송받아 그 상속등기를 한 뒤 기왕의 등기권리증은 어디 있는지 없다고 하여 원고에게 이를 돌려주지 않았고, 위 상속등기에 따른 위 등기권리증도 원고에게 주지 않고 그대로 보관하고 있는 것뿐인 사실을 인정할 수 있고, 또한 원고와 김◈채는 부부로서 둘 다 이 사건 토지의 실질 소유자가 원고임을 인정하고 있고, 원고와 피고들의 피상속인인 위 채☆준이 친남매간으로서 그 때문에 명의신탁관계가 이루어진 것이어서, 그들 사이에 이 사건 토지의 실질 소유자가 원고인지 혹은 소외 김◈채인지 여부가 특별히 문제되는 것은 아니었던 점 등에 비추어, 위 증거들은 위와 같은 명의신탁 사실을 인정하는 데에 방해가 되지 아니하며, 달리 반증이 없다.

위 인정사실에 의하면, 이 사건 토지는 원고가 위 채☆준에게 명의신탁한 것으로서, 채☆준의 사망으로 인하여 그의 상속인들인 피고들과 사이에 명의신탁관계가 그대로 승계되었다고 할 것이므로, 피고들은 원고에게 각자의 상속지분에 관하여 명의신탁 해지를 원인으로 한 소유권이전등기절차를 이행할 의무가 있다 할 것이다.

 

2. 피고들의 주장에 대한 판단

가. 피고들은 먼저, 이 사건 토지에 관한 명의신탁은 원고가 국세체납으로 인한 강제집행을 면탈하기 위하여 이루어진 것으로서 이는 민법 제103조, 제746조, 조세범처벌법 제12조에 위반되는 행위로서 무효이고, 또한 이러한 불법적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명의신탁 재산의 반환을 구하는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소의 이익이 없어 부적법하다는 취지로 주장하므로 보건대, 국세체납으로 인한 압류를 피하기 위한 방법으로 명의신탁을 하였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이유 때문에 위 명의신탁이 민법 제103조등에 위반되는 법률행위로서 무효가 된다고 할 수는 없으므로[대법원 1991. 9. 13. 선고 91다16334, 91다16341(반소) 판결 참조], 피고들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나. 피고들은 다시, 피고들이 위 채☆준의 상속세를 납부함에 있어서 원고가 채☆준 앞으로 명의신탁 해 둔 이 사건 토지로 인하여 금 120,000,000원 상당의 상속세를 추가부담하게 되었고 원고는 피고들에게 이를 변제할 의무가 있으므로, 피고들은 위 채권을 변제받을 때까지 이 사건 토지에 관하여 유치권을 행사하거나 동시이행항변권을 행사한다고 주장한다.

살피건대, 명의신탁은 신탁자와 수탁자 사이의 약정에 따라 그 내부관계에 있어서는 신탁자가 여전히 소유권을 보유하면서, 공부상의 소유 명의를 수탁자 앞으로 하여 두는 것으로서, 명의신탁 약정에 따라 수탁자는 신탁자로부터 신탁재산에 관한 소유 명의를 수취하여 이를 보존할 의무를 지게 되는 것이고, 이 점에서 명의신탁 약정은 민법상의 위임에 유사한 성질을 가지게 되며, 그 사무처리에 관하여는 민법 제680조 이하의 규정이 그 성질이 반하지 않는 한 준용된다고 할 것인바, 이에 따라 신탁자는 수탁자에게 그의 청구에 의하여 사무처리에 요구되는 비용(예컨대 신탁부동산에 부과된 공과금)을 선급할 의무가 있으며, 수탁자가 필요한 비용을 지출하였으면 지출한 날 이후의 이자를 가산하여 이를 상환할 의무가 있다 할 것이다(민법 제687조, 제688조). 그런데 이 법원의 의성세무서장에 대한 각 사실조회회보결과 및 변론의 전취지에 의하면(다만 1997. 3. 3.자 회보 중 상속세 총액에 대한 부분은 1997. 10. 28.자 회보 및 이에 첨부된 과세자료에 비추어 착오에 의한 기재로 보인다), 위 채☆준의 사망 당시 그의 상속재산으로는 서울 ○○구 ○○동13의 1 대지 및 주택 등 부동산과 예금, 사업용 자산 등이 있었고, 이 사건 토지 역시 위 채☆준의 명의로 등기되어 있었는데, 세무당국에서는 위 상속재산의 가액을 금 1,874,970,119원(이 사건 토지의 가액 126,510,000원이 포함된 금액임)으로 평가하고 그 상속세액을 산정하여, 피고들에게 총 금 396,054,950원의 상속세를 각 상속지분에 따라 부과하였고(동 과세처분은 그 무렵 확정되었다), 피고들은 위 과세처분에 따라 1997. 2. 21.까지 위 상속세를 완납한 사실, 한편 원래 이 사건 토지 가액 금 126,510,000원을 제외하고 나머지 상속재산들에 대한 상속세액을 산정하는 경우 피고들이 부담할 상속세액은 금 320,947,341원 상당이었으나, 이 사건 토지가 상속재산에 포함됨으로 인하여 금 75,107,609원의 상속세를 추가 부담하게 된 사실, 한편 앞서 본 바와 같이, 위 채☆준이 사망하자 그의 처인 피고 최◇희가 원고에게 이 사건 토지 등 채☆준 명의로 된 부동산에 대한 상속등기를 한다면서 이 사건 토지에 관한 등기권리증을 보내 줄 것을 요청하였고, 원고는 그 요구에 따라 자신이 보관 중인 등기권리증을 피고 최◇희에게 우송하였을 뿐이고 이 사건 토지에 관하여 피고들 앞으로 상속등기를 마치는 데에 특별한 이의를 제기하지 아니하였고, 원고로서는 소외 채☆준이 다른 재산들을 소유하고 있어 이 사건 토지가 상속재산에 포함됨으로써 그 세액이 누진되리라는 사정을 충분히 알 수 있었던 사실을 각 인정할 수 있는바, 위 인정사실에 의하면, 위 채☆준의 사망으로 원고와의 명의신탁관계는 그 상속인인 피고들 사이에 자연 승계되었다고 할 것이고, 그 후 피고들이 이 사건 토지에 관하여 상속등기를 마치는 것에 대하여 원고가 동의까지 한 이상, 이 사건 토지의 등기 명의에 따라 피고들이 추가로 부담하게 된 상속세액 상당액은 피고들이 명의수탁자로서의 사무를 처리하는 데에 필요한 비용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따라서 피고들은 민법 제688조 제1항에 따라 원고에게 추가 납부한 상속세 상당액 및 이를 납부한 날 이후의 이자를 청구할 수 있다 할 것이고, 더 나아가 공평의 관념이나 민법 제687조가 수임인의 사무처리에 필요한 비용의 선급청구권을 인정하고 있는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원고가 피고들에게 위 비용 및 이에 대한 이자를 지급할 의무와 명의신탁 해지를 원인으로 한 피고들의 소유권이전등기의무는 피고 주장과 같이 적어도 동시이행의 관계에 있다고 봄이 상당하다(피고들은 위 비용을 상환받을 때까지 이 사건 토지에 대하여 유치권을 행사한다는 취지로도 주장하나 유치권은 점유하고 있는 물건이나 유가증권에 관하여 생기는 권리로서 목적물의 점유를 떠나서는 성립할 수 없는 것인바, 앞서 인정한 바에 의하면 이 사건 토지는 원고가 이를 매수한 이래 계속 점유하고 있고, 피고들은 이를 점유하고 있지 아니하므로, 피고들의 위 주장은 더 나아가 살펴 볼 필요 없이 이유 없다).

이에 대하여 원고는 명의신탁 재산에 대하여는 수탁자가 상속세를 납부할 의무가 없는 것이고, 피고들이 이미 납부한 상속세는 국가를 상대로 부당이득반환을 구할 수 있는 것이므로, 피고들의 주장은 이유 없다는 취지로 다투고 있으나, 앞서 인정한 바와 같이 위 채☆준의 사망으로 원, 피고들 사이에 승계된 위 명의신탁관계를 그대로 존속시키기로 한 이상 그 등기 명의에 따라 이 사건 토지에 대하여 부과되어 확정된 과세처분에 따라 상속세를 납부한 것은 명의수탁자로서의 사무처리에 필요한 비용이라고 볼 수 밖에 없고, 또한 명의수탁된 부동산을 피상속인의 고유재산으로 오인하여 한 과세처분도 당연무효라고 할 수 없을 뿐더러(대법원 1984. 2. 28. 선고 83누684 판결참조), 가사 피고들이 이미 납부한 상속세를 국가로부터 부당이득 등으로 반환받을 수 있는 여지가 있다 하더라도 이는 사후 구상 등의 문제로 귀결될 뿐, 이미 지출한 상속세금 상당의 상환청구권의 성립에는 아무 영향이 없다 할 것이므로, 원고의 위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따라서 피고들은 위 상속세 추가납부 비용 중 각자의 지분에 해당되는 별지 2 목록 금액란 기재 각 금원 및 이에 대하여 피고들이 상속세를 완납한 1997. 2. 21.부터 완제일까지 민법 소정의 연 5푼의 비율에 의한 금원을 지급받음과 동시에 이 사건 토지에 관하여 명의신탁 해지를 원인으로 한 소유권이전등기절차를 이행할 의무가 있다 할 것이고, 결국 피고들의 위 주장은 위 인정범위 내에서 이유 있다.

3. 결 론

그러므로, 피고들은, 원고로부터 별지 2 목록 금액란 기재 각 금원 및 이에 대하여 1997. 2. 21.부터 완제일까지 연 5푼의 비율에 의한 금원을 지급받음과 동시에, 이 사건 토지 중 별지 2 목록 지분란 기재 각 해당 지분에 관하여, 별지 2 목록 명의신탁 해지일자란 기재 각 명의신탁 해지를 원인으로 한 소유권이전등기절차를 각 이행할 의무가 있다 할 것이므로, 원고의 피고들에 대한 청구는 위 인정범위 내에서 이유있어 이를 인용하고, 원고의 피고들에 대한 나머지 청구는 이유 없어 이를 모두 기각할 것인바, 원심판결은 이와 결론을 일부 달리 하여 부당하므로, 피고들의 항소를 일부 받아들여 원심판결을 위와 같이 변경하기로 하고, 소송총비용의 부담에 관하여는

민사소송법 제89조, 제92조, 제93조, 제96조를 적용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1997. 12. 12.

판사 임대화(재판장) 권오창 한창훈

 

 

서울서부지방법원 2006. 6. 9. 선고 2005가단2182 판결【소유권이전등기】

전문

서울서부지방법원

 

판결

 

사건 2005가단2182 소유권이전등기

 

원고 박ㅇㅇ (ㅇㅇ10-ㅇㅇ633)

서울 서대문구 ㅇㅇㅇ동 ㅇ93

소송대리인 변호사 안종근

피고 정ㅇㅇ (ㅇㅇㅇ-ㅇㅇ011)

서울 도봉구 ㅇㅇ동 ㅇㅇ128 ㅇㅇ호

소송대리인 변호사 오용운

 

변론종결 2006. 4. 14.

판결선고 2006. 6. 9.

 

주문

1. 원고의 이 사건 청구를 기각한다.

2. 소송비용은 원고의 부담으로 한다.

 

청구취지

피고는 원고에게 서울 ○○구 ○○동3-93 대 136㎡ 및 그 지상 벽돌조 시멘트 기와지붕 2층 주택 1층 46.21㎡, 2층 66.55㎡(이하 이 사건 부동산이라 한다)에 대하여 진정한 등기명의의 회복을 원인으로 한 소유권이전등기절차를 이행하라.

 

이유

이 사건의 판결이유는 아래 순서의 따른다.

1. 이 사건 판단의 기초

가. 기초사실

(1) 이 사건 부동산에 관하여 1987. 3. 12. 원고 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가 마쳐졌다.

(2) 그 후 이 사건 부동산에는 1998. 1. 30. 원고의 외삼촌인 피고 명의로 같은 날자의 매매예약을 원인으로 소유권이전청구권 가등기가 마쳐졌다가, 1999. 11. 18. 위 가등기에 기하여 1995. 11. 15.자 매매를 원인으로 한 소유권이전의 본등기가 마쳐졌다.

그 후 1999. 12. 22.에 채무자 원고의 딸 박ㅇㅇ, 채권최고액 3,600만원, 근저당권자 한▽은행 명의의 근저당등기가 마쳐졌다.

[갑1, 다툼없는 사실]

나. 원고의 주장

(1) 원고는 1997.경 I.M.F.로 인하여 원고 경영의 ‘ㅇㅇ모델’이라는 의류회사가 경영난에 처하고 원고의 채권자들로부터 이 사건 부동산에 강제집행을 당할 상황이 되었기에, 가족들의 생계를 위하여 원고의 외삼촌이자 위 회사의 직원이었던 피고에게 1998. 1. 30. 이 사건 부동산에 관하여 명의신탁 약정을 맺고 가등기를 마친 것이다.

(2) 위 가등기를 마친 후에도 원고의 채권자들이 이 사건 부동산을 처분하여 채무변제를 하지 않으면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고 하여 피고와 협의한 끝에 1999. 11. 18. 이 사건 부동산을 피고 명의로 소유권이전의 본등기를 마쳤다.

(3) 부동산 실권리자 명의등기에 관한 법률(1995. 3. 30. 법률 제4944호, 이하 부동산실명제법이라 한다)이 규정하는 명의신탁약정은 그 자체로서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반하는 경우에 해당하는 것은 아니고, 부동산실명제법이 투기, 탈세, 탈법행위 등 반사회적 행위를 방지하는 것을 목적으로 제정되었다고는 하나, 무효인 명의신탁약정에 기하여 타인명의의 등기가 마쳐졌다는 이유만으로 그것이 당연히 불법원인급여(不法原因給與)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대법원 2003다41722판결).

(4) 명의신탁된 부동산에 관하여 자기 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친 적이 있던 명의신탁자는 명의수탁자를 상대로 진정명의 회복(眞正名義 回復)을 원인으로 한 소유권이전등기를 청구할 수 있다(대법원 2002다35157판결).

다. 피고의 대여 주장에 대한 판단

이에 대하여, 피고는 1986. 11. 20.까지 원고에게 5,000만원을 월 2%의 이자를 받기로 대여하여 주고 차용증을 받았고 다시 1992. 6. 25. 차용증을 받았으며, 이 사건 부동산에 관한 피고 명의의 등기는 위 차용금에 대한 담보조로 마치게 된 것으로 명의신탁 약정을 한 사실이 없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갑10(감정서), 12(판결문)에 의하면 원고 제출의 갑1-1,2(각 차용증)는 원고의 필적이 아니므로 그 진정성립을 인정할 수 없고 달리 피고 주장의 대여사실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

결국, 이 사건 부동산에 관한 피고 명의의 소유권이전청구권 가등기 및 본등기는 원, 피고 사이의 명의신탁약정에 따라 마쳐진 등기로 판단된다.

라. 원고의 진정명의회복청구(眞正名義 回復請求)에 대하여

(1) 명의신탁자의 등기회복 방법으로서 진정명의회복청구

앞서 원고의 주장대로 대법원은, 부동산실명제법 시행 이후에 명의신탁자는 명의수탁자를 상대로 원인무효를 이유로 그 등기의 말소를 구하여야 하는 것이기는 하나, 자기 명의로 소유권을 표상하는 등기가 되어 있었거나 법률에 의하여 소유권을 취득한 진정한 소유자는 그 등기명의를 회복하기 위한 방법으로 그 소유권에 기하여 현재의 원인무효인 등기명의인을 상대로 진정한 등기명의의 회복을 원인으로 한 소유권 이전등기절차의 이행을 구할 수도 있다.

따라서, 명의신탁대상 부동산에 관하여 자기 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를 경료한 적이 있었던 명의신탁자로서는 명의수탁자를 상대로 진정명의회복을 원인으로 한 이전등기를 구할 수도 있다고 한다.

(2) 그런데, 판례에 의하여 인정되는 위 진정명의 회복을 원인으로 하는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은 이전에 소유자로 등기되어 있던 자가 그 청구시점에도 해당 부동산에 관하여 실체적 권리관계(實體的 權利關係)에 부합하는 소유권을 가지고 있음을 전제로 하여 소송절차나 소송경제상의 편의를 이유로 인정되는 것이다.

따라서, 원고의 진정명의 회복청구의 인정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이 사건 부동산의 명의신탁자로서 이전의 소유명의자였던 원고가 현재 위 부동산에 대한 실체적(實體的) 권리관계에 맞는 소유권을 가지고 있는 지 여부를 먼저 검토하여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원고 주장대로 “강제집행을 피하기 위한” 이 사건 부동산의 명의신탁이 민법상으로 불법원인급여가 성립되어 원고가 법률상 반환청구를 할 수 없는 지 또는 단지 부당이득 반환청구(不當利得 返還請求)의 대상으로 신탁자인 원고의 반환청구가 인정되는지의 문제를 살펴보아야 한다.

마. 불법원인급여의 문제

민법 제746조는, “불법의 원인으로 인하여 재산을 급여하거나 노무를 제공한 때에는 그 이익의 반환을 청구하지 못한다. 그러나 그 불법원인이 수익자에게만 있는 때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고 규정하고 있다.

대법원은 부당이득의 반환청구가 금지되는 사유로 민법 제746조가 규정하는 불법원인이(不法原因)라 함은, 그 원인되는 행위가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善良한 風俗기타 社會秩序)에 위반하는 경우를 말하는 것으로서, “법률의 금지에 위반하는 경우라 할지라도” 그것이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반하지 않는 경우에는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대법원 1983. 11. 22. 선고 83다430 판결)고 한다.

즉, 강행법규에 위반하여 재산을 급여하거나 노무를 제공하였다고 하여도 그것이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어긋나는 “반윤리적인 것이 아닌 한” 불법원인급여에 해당하지 아니하여 그 부당이득의 반환을 구할 수 있다고 한다.

대법원은 명의신탁과 관련하여, 채권자들로부터의 강제집행을 면할 목적(强制執行 免脫)으로 부동산 소유자 명의를 타인에게 신탁하는 경우는 불법원인급여가 아니라고 하였고(93다61307판결), 1세대 1주택으로 인한 양도소득세를 회피하기 위한 방법으로(脫稅) 타인에게 부동산을 명의신탁한 것이라 하더라도 그러한 이유 때문에 민법 제103조의 반사회적 법률행위로서 위 명의신탁이 무효라고 할 수 없으므로(91다16334 판결) 불법원인급여 성립을 부정한다.

위와 같은 목적의 명의신탁의 경우에 불법원인급여가 성립되지 않으므로, 신탁자는 수탁자로부터 명의신탁의 해지(부동산실명제법 시행 이전)나 부당이득반환청구 또는 소유권에 기하여(부동산실명제법 시행 이후) 수탁자 명의의 소유권이전등기의 말소나 이전을 구할 수 있게 된다.

 

2. 명의신탁의 일반

가. 명의신탁의 사법적 유효성(私法的 有效性)

명의신탁(名義信託)이란 헌법상의 사적 자치(私的 自治)의 원칙 중 하나인 계약자유의 원칙을 근거로 하여 대법원 판례에 의하여 확립되었고, 개인간의 명의신탁 약정은 판례에 의하여 사법적으로 유효한 것으로 인정되어 왔었다.

판례에 의하면, 명의신탁이란, 대내적(對內的)인 관계에서는 신탁자가 소유권을 보유하며 목적물을 수익, 관리하면서 공부(公簿, 등기부)상의 명의만을 수탁자로 하여 두고, 대외적(對外的)으로는 수탁자에게 소유권이 이전되어 있는 법률관계를 말한다고 한다. 명의신탁은 식민지시대에 일본이 토지조사령 등을 통하여 사정(査定)을 통한 등기제도를 확립하는 과정에서부터 지작되었다.

당시 종중과 같은 권리능력 없는 사단(權利能力 없는 社團)은 자신의 명의로 등기할 수 있는 등기법적(登記法的) 방법이 없었고, 조선에서의 사단(社團)의 설립에는 일본 국내와는 달리 허가주의(許可主義)를 취하여 종중(宗中)재산은 등기부상 종중 자신 명의로 할 수 없었다.

대신, 종중의 종손 등의 종중원(宗中員)의 명의로 할 수 밖에 없었고, 종중원 사이의 또는 종중과 제3자 사이의 법률분쟁이 발생하면서 이를 구체적으로 타당하게 해결하기 위한 방법으로 명의신탁이론이 조선고등법원판례에서부터 인정되어 왔다[이는 당시 일본에서 명의신탁 약정은 허위표시(虛僞表示)로 무효(無效)로 취급되었던 점에 비추어 보면 우리만의 독특한 사정에 의한 것이었다, 윤홍철, 부동산명의신탁이론에 관한 소고].

그 이후 다른 사람의 이름을 빌려 거래하는 명의신탁제도는 우리 사회의 관행처럼 인정되어 왔고, 그 목적(目的)이 비록 불법적(不法的)인 것이라 해도 사법적으로 효력이 인정되어 오면서 여러 가지 폐해를 낳았다.

나. 명의신탁의 사회적 폐해(재정경제원, 부동산실명제 백서 1997)

우리 사회가 1960년대 말부터 급격히 산업화가 진행되면서 일상적인 인플레이션, 화폐가치의 하락으로 인하여 부동산 투기가 계속되었고, 명의신탁은 투기, 탈세, 강제 집행의 면탈 또는 위 문제점들을 막기 위한 법률이나 행정조치들을 회피하는 수단으로 이용되고 있다.

① 탈세

상속부동산을 생전에서부터 친인척 등 제3자 소유로 이전하여 상속재산에서 누락시키는 방법, 부모가 미성년 자녀에게 부동산을 증여하면서 증여세 시효기간 동안 제3자에게 부동산을 명의신탁하여 두었다가 시효경과 후에 명의신탁을 해지하여 자녀 명의로 되찾아 오는 방법, 주택을 이미 소유하고 있는 자가 다른 주택을 제3자 명의로 매수하고 기존 주택을 처분하여 1세대 1주택으로 위장하는 방법, 기업이 비자금 조성을 위하여 임직원 명의로 부동산을 매매하는 방법 등으로 상속세(相續稅), 증여세(贈與稅), 양도소득세(讓渡所得稅) 및 법인세(法人稅)를 탈세할 수 있었다.

② 각종 공법상의 규제의 회피

현지 농가가 아니면 농지를 소유할 수 없는 제재를 피하기 위하거나, 외국인 토지취득에 관한 제한을 피하기 위하여, 또는 택지소유상한 또는 토지거래의 허가의 제재를 피하여 부동산을 취득하거나 각종 부담금을 면제 받기 위하여, 또는 기업 명의로 비업무용 부동산을 구입할 경우의 여신중단, 고율의 종합토지세의 부과를 피하기 위한 수단으로서 제3자인 현지 농민, 내국인이나 기업 임직원 등의 명의로 신탁하는 방법이 사용되었다.

③ 강제집행의 면탈 등

채무자가 채권자 또는 세금체납으로 인한 국가 및 행정관청으로부터의 압류, 경매 등 강제집행을 면탈하기 위하여 미리 제3자에게 명의를 이전하여 놓았다가 채권의 소멸시효가 완성된 이후 재산을 회복하는 등의 방법으로 정당한 채권자의 이익을 훼손시키는 방법으로 이용되었다.

다. 부동산등기특별조치법(19990. 8. 1. 법률 제4244호, 이하 특별조치법이라 한다)의 시행

(1) 위와 같이 명의신탁의 페해가 확대, 심화되자 국회는 이를 막기 위하여 위 특별조치법을 제정하였다.

위 특별조치법 제7조 제1항은 ‘조세부과를 면하거나 다른 시점간의 가격변동에 따른 이득을 얻으려 하거나 소유권 등 권리변동을 구제하는 법령의 제한을 회피할 목적으로 타인의 명의를 빌려 소유권이전등기를 신청하여서는 아니된다’고 규정하고, 위 법 제8조 제3호는 위 목적으로 명의신탁에 의하여 소유권이전등기신청을 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였다.

(2) 위 특별조치법 제7조에 위반한 명의신탁자는 형사처벌을 받게 되지만 그 명의 신탁계약의 민사법적 효력에 대해서는 견해가 나뉘었다.

위 7조 1항을 효력규정(效力規定)으로 보는 견해는, 위 특별조치법 제정의 사회적 배경이나 입법목적에 비추어 위 조항에 위반되는 탈세, 탈법, 투기 목적의 명의신탁약정은 반사회질서(反社會秩序) 행위로 무효이고, 위 조항은 명의신탁 행위(行爲) 자체만의 금지가 아니라 위와 같은 반사회질서행위의 결과(結果)까지 금지하는 규정이라고 하였고, 이와 같은 취지의 하급심 판결이 있었다(김ㅇㅇ, 명의신탁의 사법적 효력, 황적인 중간생략등기의 효력, 황종국 판사 부산지방법원 92가단2901, 93가단32282, 93가단 40949 판결)

그러나, 대법원은 1993. 8. 13. 선고 92다42561 판결에서, 위 특별조치법 제7조 제1항, 제8조의 규정 자체에 의하더라도 등기신청의 원인인 위 7조 1항 목적에 의한 명의신탁 약정 자체가 금지된다고 해석할 수는 없으므로 그와 같은 명의신탁약정의 효력까지 부인되는 것은 아니라고 판결하였다(문ㅇㅇ, 명의신탁이론의 재검토 - 부동산등기특별조치법상의 명의신탁금지의 사법적 효력).

 

3. 부동산실명제법의 시행

가. 부동산실명제법의 제정배경

앞서 본 부동산등기특별조치법에 위반한 명의신탁약정의 사법적 효력에 대한 판례로 인하여 사실상 탈세 등 탈법을 목적으로 하는 명의신탁계약을 규제할 방법이 없게 되자 정부(재정경제부)의 발의로 국회는 1995. 3. 18. 부동산실명제법을 제정하였고, 위 법은 1995. 7. 1.부터 시행되었다.

나. 명의신탁제도의 전면적 폐지

부동산실명제법은 그 목적(제1조)에서, 부동산에 관한 소유권 등의 권리를 실권리자 명의로 등기하게 함으로써 등기제도를 악용한 투기, 탈세, 탈법행위 등 반사회적 행위(反社會的 行爲)를 방지하고, 부동산에 관한 거래의 정상화와 가격의 안정을 추구하고자 하였다.

위와 같은 목적을 위하여, 부동산실명제법 제3조 제1항은, 누구든지 부동산에 관한 물권을 명의신탁 약정에 의하여 명의수탁자의 명의로 등기하여서는 아니된다.고 명의 신탁에 대한 일반적 금지규정(禁止規定)을 두었을 뿐 아니라, 제4조 제1항은 명의신탁 약정은 무효(無效)로 한다, 제2항 본문은 명의신탁약정에 따라 행하여진 등기(登記)에 의한 부동산에 관한 물권변동은 무효(無效)로 한다.고 규정함으로써 명의신탁의 채권계약 및 그에 의한 물권적 합의의 사법적 효력까지 무효화하는 효력규정(效力規定)을 신설하였다.

위 법제 4조는 지난 80년간 판례가 명의신탁약정 및 그에 따른 물권변동을 유효라고 보았던 이론을 전면적으로 뒤엎은 것으로 부동산실명제법의 핵심내용(核心內容)이 된다.

다. 부동산실명제법상 유효인 명의신탁약정

부동산실명제법은 예외적으로 명의신탁 약정 중 그 입법목적에 반하지 않는 기왕 (旣往)및 장래(將來)의 명의신탁약정 중 일부에 대하여는 그 사법적 효력을 인정하고 있다.

① 상호명의신탁(相好名義信託)

부동산실명제법 제2조 제1호 단서는 위 법상의 명의신탁약정의 적용범위에서, 부동산의 위치와 면적을 특정하여 2인 이상이 구분소유하기로 하는 약정을 하고 그 구분 소유자의 공유로 등기하는 경우인 상호명의신탁약정을 제외시키고 있다.

이는 부동산의 실제소유자가 등기부에 공유지분을 가지는 것으로 모두 노출되어 탈세나 탈법의 위험이 없기 때문이다.

② 종중(宗中) 및 배우자(配偶者)에 대한 특례

법 제8조는, 종중재산을 종중 외의 자 명의로 등기한 경우와 배우자 명의로 부동산에 관한 물권을 등기한 경우 중 “조세포탈, 강제집행의 면탈, 또는 법령상 제한의 회피를 목적으로 하지 않는 경우”에는 그 명의신탁 약정의 효력을 인정하고 있다. 위와 같은 범위에서는 종중 및 배우자가 부동산실명제법 시행 이후에 체결한 명의신탁약정도 유효한 것으로 예외를 인정하고 있다.

③ 종교단체(宗敎團體), 향교(鄕校) 등의 경우(실명전환의무가 면제되는 경우)

부동산실명제법이 위 법 제정 이전의 기왕의 명의신탁약정에 대하여 실명전환의 유예기간(1년)을 둔 것은 그 이전까지의 명의신탁약정은 당연히 사법적으로 유효(有效)로 보는 전제에 서 있다.

위 법 제11조 본문은 부동산실명제법 시행 이전의 기존의 명의신탁 등기는 유예기간 내에 실명등기로 전환하도록 규정하면서, 그 단서 후단에, 종교단체, 향교 등이 “조세포탈, 강제집행의 면탈을 목적으로 하지 아니하고” 명의신탁한 부동산으로서 “대통령령이 정하는 경우”의 부동산에 대하여는 실명등기의무를 지우지 않고 이전의 명의신탁 약정을 계속 유효로 보고 있다.

법 시행령 제5조 제1항은, “종교단체, 향교등”이라 함은, 1. 법인 또는 부동산등기법 제41조의 2 제1항 제3호의 규정에 의하여 등록번호를 부여받은 법인 아닌 사단, 재단으로서 종교의 보급 기타 교화를 목적으로 설립된 종단, 교단, 유지재단 또는 이와 유사한 연합종교단체(이하 이 조에서는 “종단”이라 한다) 및 개별단체,

2. 종단에 소속된 법인 또는 단체로서 종교의 보급 기타 교화를 목적으로 설립된 것(이하 이조에서 “소속종교단체”라 한다)

3. 향교재산법에 의한 향교재단법인 및 개별 향교와 문화재보호법에 의하여 문화재로 지정된 서원을 규정하고 있고, 제2항은, 법 제11조 1항 단서에서 “대통령령이 정하는 부동산”이라 함은 다음 각호의 1에 해당하는 부동산을 말한다.

1. 제1항 제1호의 종단과 제1항 제2호의 소속종교단체 간에 명의신탁한 재산

2. 제1항의 종교단체 및 향교 등이 그 고유목적을 위하여 사용하는 농지법에 의한 농지를 규정하고 있다.

 

4. 부당이득반환청구가 인정된다는 견해

가. 들어가는 말

약 80년 동안 판례에 의하여 사법적으로 유효하게 인정되었던 명의신탁약정이 부동산실명제법 제4조에 의하여 무효가 되면서, 그 무효인 명의신탁약정에 의하여 법적으로 연결되어 있는 신탁자와 수탁자 사이의 또는 제3자와의 법률관계에 변화가 있어나게 되었다.

명의신탁의 법률관계에서 부당이득 반환청구나 불법원인급여의 성립 문제는 신탁자와 수탁자 사이의 내부적 법률관계, 즉 그들 내부 사이에서 부동산의 소유권이 누구에게 귀속 되어야 하는가의 문제로서, 이 문제를 살피기 위하여 부동산실명제 이후의 변화된 일반적인 명의신탁의 법률관계를 알아 볼 필요가 있다.

또한, 앞으로 살펴 볼 명의신탁에서 불법원인급여의 성립 여부에 대한 많은 견해의 차이는, 이론적(理論的)으로 다른 사람의 이름을 빌려 거래하는 것은 헌법상 개인의 자유로운 행동 범위 내의 것이 아니냐 하는 데 대한 견해 차이에서 비롯되었으므로 먼저 이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살펴본다.

나. 부동산실명제법 제4조에 대한 헌법재판소결정

부동산실명제법 제4조의 명의신탁 약정의 무효규정이 헌법상 사적자치의 원칙의 한 내용인 계약자유의 원칙에 위반되는지 또는 재산권 보장의 원칙에 위반되는지가 문제가 되었고, 헌법재판소는 2001. 5. 31. 선고 99헌가18 사건에서 다음과 같이 합헌결정 (8 : 1)을 하였다.

(1) 부동산실명법이 제정됨에 따라 명의신탁약정의 효력과 그에 기한 물권변동의 효력은 계약 주체의 의사에 상관없이 법률에 의하여 정하여지게 되었다. 그러나, 사인 간에 어떠한 법률행위가 행하여지고 그 효과를 그대로 인정할 경우 헌법상의 기본원리나 공익에 근본적으로 배치되거나 실질적인 불평등을 초래할 때에 그 효력을 부인하는 예는 민법에서 반사회적 법률행위(민법 제103조)나 불공정한 법률행위 (민법 제104조)를 무효로 보는 규정 등 여러 분야에서 찾을 수 있다.

그러므로, 계약 주체의 의사와 상관없이 법률이 어떠한 계약의 효력을 무효로 본다고 하여 그것이 곧 기본권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한다고는 볼 수 없다. 부동산의 실권리자는 처음부터 자신의 명의로 등기를 하여 권리를 행사하면 되는 것이고, 부동산실명법 시행 전의 명의신탁자도 같은 법 제11조 제1항에 의하여 주어진 1년의 유예기간 내에 실명등기를 하면 부동산실명법에 의하여 아무런 제한을 받지 않게 된다.

이런 점에서, 같은 법이 명의신탁을 무효로 본다고 하여 실권리자의 권리가 원천적으로 박탈되거나 봉쇄됨으로써 재산권보장이라는 헌법상 원칙이 훼손되는 것은 아니라 할 것이다.

(2) 더욱이, 부동산실명법은 “명의신탁약정”에 따라 행하여진 등기에 의한 “물권변동”도 무효로 하고 있으므로 재산권의 본질적 침해와는 더욱 거리가 있게 된다.

만일 명의신탁약정만을 무효로 하고 그에 기한 물권변동을 유효로 본다면, 명의신탁 된 부동산에 관한 권리가 언제나 명의수탁자에게 확정적으로 귀속되는 결과가 되어 명의신탁자는 그 부동산에 관한 권리를 상실하게 되고, 이러한 경우 명의신탁자는 자신의 재산을 직접적으로 박탈당하는 결과를 감수하여야 하므로 재산권의 본질적 부분을 침해하게 될 소지가 크다고 하겠다.

그러나, 부동산실명법은 명의신탁약정에 기한 물권변동도 원칙적으로 무효로 함으로써 등기명의신탁의 경우 명의신탁자가 부동산실명법에 대한 행정적 제재나 처벌은 별론으로 하고 “그 부동산에 대한 소유권을 회복할 가능성을 열어 놓고 있으므로, 재산권의 본질적 부분을 침해하는 정도에는 이르지 않았다고 볼 것”이다.

다만, 계약명의신탁의 경우에는 명의신탁자가 계약의 당사자가 아니고 명의신탁도 무효가 되어 있으므로 명의신탁자는 매◇인이나 수탁자에게 소유권이전을 구할 아무런 권원을 가지지 못하게 된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부당이득의 법리에 따라 매매대금에 상당하는 금원을 반환받을 가능성은 열려 있다고 보여지므로 이 역시 재산권의 본질적 침해가 있다고 보기는 어려운 것이다.

(3) 명의신탁을 무효로 하여 제한되는 기본권은 명의신탁이 효력을 잃어 명의수탁자에게 “명의신탁해지(解止)를 원인으로 한” 소유권이전등기를 청구하지 못하게 되거나 경우에 따라서는 소유권을 회복하지 못하는 결과가 된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를 명의신탁의 유형에 따라 세분하여 살펴 보면,

① 3자간 등기명의신탁의 경우에는, 명의신탁자가 명의수탁자에게 직접 어떠한 권리를 행사할 수 없으나 명의신탁약정에 기한 물권변동도 무효가 되므로 권리자는 원소유자가 되고, 따라서 명의신탁자는 원소유자인 매◇인에게 매매계약 등을 원인으로 한 이전등기를 청구하고, 명의수탁자에게 원소유자인 “매◇인을 대△하여” 말소등기를 청구할 수 있을 것이다.

② 2자간 등기명의신탁의 경우에는, 명의신탁해지를 원인으로 한 이전등기를 구할 수는 없으나 물권변동이 무효가 되었으므로 “소유권에 기하여” 명의수탁자에게 말소를 구할 수 있을 것이다.

③ 계약명의신탁의 경우에는, 명의신탁자가 명의수탁자는 물론 원소유자에 대하여도 그 부동산에 관한 소유권이전등기를 청구할 수 없게 되는 지위에 있게 되지만, “부당이득의 법리”에 의하여 구제받을 수 있게 된다.

따라서, 명의신탁자는 어느 경우에나 궁극적으로 소유권을 이전받거나 부당이득의 법리에 의하여 금전적인 반환을 받는 구제방법을 가지고 있다고 보여 지므로, 결국 부동산실명법에 의하여 달성되는 공익에 비하여 제한받는 기본권의 정도가 과하다고 볼 수 없으므로 법익균형성은 달성되었다고 한다.

다. 대법원의 판례

(1) 신탁자와 수탁자 사이의 법률관계

부동산실명제 시행 이후의 신탁자와 수탁자 사이의 내부적 법률관계에 대한 대법원의 판례는 위 헌법재판소가 명의신탁의 유형별로 판단한 바와 같다. 다만, 계약명의신탁의 경우 법 제4조 2항 단서에 따라서 부당이득의 반환범위만이 달라진다.

① 부동산실명제 시행 이전 - 원물반환 (대법원 2002. 12. 26. 선고, 2000다21123 판결)

부동산실명제법 시행 전에 이른바 계약명의신탁에 따라 명의신탁 약정이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하는 소유자(매조인)로부터 명의수탁자 앞으로 소유권이전등기가 마쳐진 후 같은 법 소정의 유예기간이 경과하였다.

이 경우, 명의수탁자는 명의신탁 약정에 따라 명의신탁자가 제공한 돈을 매매대금으로 지급하고 당해 부동산에 관한 소유명의를 취득한 것이고, 위 유예기간이 경과하기 전까지는 명의신탁자는 언제라도 명의신탁 약정을 해지(解止)하고 당해 부동산에 관한 소유권을 취득할 수 있었다.

그러므로, 명의수탁자는 부동산실명제법 시행에 따라 당해 부동산에 관한 완전한 소유권을 취득함으로써 당해 부동산 자체를 부당이득(不當利得)하였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부동산실명제법 제3조 및 제4조가 명의신탁자에게 소유권이 귀속되는 것을 막는 취지의 규정은 아니므로, 명의수탁자는 명의신탁자에게 자신이 취득한 당해 부동산을 부당이득으로 반환할 의무가 있다.

② 부동산실명제법 시행이후 - 매수자금 (대법원 2005. 1. 28. 선고, 2002다66922판결)

부동산실명제법 제4조 제1항, 제2항에 의하면, 명의신탁자와 명의수탁자가 이른바 계약명의신탁 약정을 맺고 명의수탁자가 당사자가 되어 명의신탁약정이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하는 소유자(매◇인)와의 사이에 부동산에 관한 매매계약을 체결한 후 그 매매 계약에 따라 당해 부동산의 소유권이전등기를 수탁자 명의로 마친 경우에는, 명의신탁자와 명의수탁자 사이의 명의신탁약정의 무효에도 불구하고, 그 명의수탁자는 당해 부동산의 완전한 소유권을 취득하게 된다.

다만, 명의수탁자는 명의신탁자에 대하여 부당이득(不當利得)반환의무를 부담하게 될 뿐이라 할 것이다.

그 계약명의신탁 약정이 부동산실명제법 시행 후인 경우에는 명의신탁자는 애초부터 당해 부동산의 소유권을 취득할 수 없었으므로, 위 명의신탁약정의 무효로 인하여 명의신탁자가 입은 손해는 당해 부동산 자체가 아니라 명의수탁자에게 제공한 매수자금이라 할 것이고, 따라서 명의수탁자는 당해 부동산 자체가 아니라 명의신탁자로부터 제공받은 매수자금을 부당이득 하였다고 할 것이다.

(2) 부동산실명제 시행 이후의 명의신탁이 불법원인급여에 해당하는 지 여부 (대법원 2003. 11. 27.선고 2003다41722판결)

부동산실명제법이 규정하는 명의신탁약정은 부동산에 관한 물권의 실권리자가 타인과의 사이에서 대내적으로는 실권리자가 부동산에 관한 물권을 보유하거나 보유하기로 하고 그에 관한 등기는 그 타인의 명의로 하기로 하는 약정을 말하는 것일 뿐이므로, 그 자체로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반하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단정할 수 없다.

뿐만 아니라, 위 법률은 원칙적으로 명의신탁약정과 그 등기에 기한 물권변동만을 무효로 하고, 명의신탁자가 다른 법률관계에 기하여 등기회복 등의 권리행사를 하는 것까지 금지하지는 않는 대신, 명의신탁자에 대하여 행정적 제재나 형벌을 부과함으로써 사적자치 및 재산권보장의 본질을 침해하지 않도록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위 법률이 비록 부동산등기제도를 악용한 투기ㆍ탈세ㆍ탈법행위 등 반사회적 행위를 방지하는 것 등을 목적으로 제정되었다고 하더라도, 무효인 명의신탁약정에 기하여 타인 명의의 등기가 마쳐졌다는 이유만으로 그것이 당연히 불법원인급여에 해당한다고 볼 수는 없다고 하였다.

라. 검토

다른 사람의 이름을 빌리고 자신을 숨긴 채 부동산을 거래하는 명의신탁의 관행은 그 시작이야 어떻게 되었든지 간에 우리사회에서 흔한 거래의 관행(慣行)으로 자리 잡아왔다.

법원은 위와 같은 명의신탁의 관행에서 발생한 구체적인 사건에 대하여 이름을 빌린 사람과 빌려 준 사람 사이에서 누가 진정한 소유자로서 법의 보호를 받아야 구체적으로 타당성(具體的 妥當性)이 있는 결론에 이르는가를 고민해 왔고, 그래서 우리나라에서만 독특하게 존재하는 명의신탁이론(名義信託理論)이 나오게 된 것으로 보인다. 물론, 헌법적으로는 개인이 타인의 이름을 빌려서 하든 자신의 이름으로 하든 그것은 경제활동을 하는 개인이 선택할 범위 내의 것이고, 이는 헌법상 사적 자치의 일부로서 허용되는 것이라는 논거를 가지고 있다.

만일 명의신탁이 혹 조세의 포탈이나 법규적용의 회피와 같은 불법한 목적으로 행하여 졌다면, 그 행위에 대하여는 관련 공무원들의 단속을 통한 조세의 포탈로 또는 당해 법규의 위반으로 형벌 기타의 제재를 가하면 족할 것이고, 위와 같이 자신의 권리를 제3자에게 위탁하는 명의신탁 계약이 그 법적성질(法的 性質) 자체로로 위법하다고 할 수는 없는 것이라고 한다.

우리사회에서와 같이 법으로 금지되지 않는 것은 무엇이든 떳떳하게 할 수 있다는 생각이 용납되지 않는 금기(禁忌)가 많은 사회에서는 더욱 위법과 꺼려짐은 명확하게 구별될 필요가 있다고도 한다(양창수, 명의신탁에 대한 규율 재고 - 부동산실명법 시행5년의 평가와 반성).

위와 같은 판례의 태도는 실질적(實質的)으로는, 부동산실명제법을 위반한 명의신탁자에게 수탁자로부터 부동산의 반환을 구할 수 없게 하여 결국 이름만 빌려 준 수탁자가 부동산의 소유권을 차지하게 되는 것은 아무래도 부당하지 않느냐 하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하고 있다.

 

5. 불법원인급여에 해당한다는 견해

이는 상당수의 법학자(김상용, 박종두, 윤철홍 등) 및 일부 하급심 판결이 취하는 입장이다.

가. 하급심 판결(서울중앙지법 2003. 11. 28. 선고 2003가합49028 판결, 확정. 조희대부장판사)

원고가 부동산실명제 이후 부동산을 매수한 후 이른바 “중간생략등기형 명의신탁”으로 제3자에게 등기명의를 신탁하였다가 그 제3자가 사망하였다.

원고는, 상속인이 된 피고들에 대하여는 그 제3자 및 상속인들의 이전등기 말소를 구하고, 매◇인인 다른 피고에 대하여는 소유권이전등기를 구한 사건이었다.

위 사건에서, “매◇인”인 피고에 대하여 소유권이전등기를 구하는 원고의 청구부분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판결하였다.

① 명의신탁은 반사회질서(反社會秩序)의 법률행위로서 무효이다.

명의신탁은 대내적으로는 신탁자가 부동산에 관한 소유권 기타 물권을 보유하거나 보유하기로 하면서 그에 관한 등기는 수탁자의 명의로 하여 두는 것으로서 온갖 탈법행위 또는 위법행위의 수단으로 악용되어 왔기 때문에 무효로 하여야 한다는 견해가 비등하였다.

그리하여 1995. 3. 30. 법률 제4944호로 부동산등기제도를 악용한 투기·탈세·탈법 행위 등 반사회질서의 법률행위를 방지하고 부동산거래의 정상화와 부동산가격의 안정 을 목적으로 하는 부동산실명제법이 제정되었고, 이 법은 이러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종중 및 배우자에 대한 특례 등을 제외하고는, 명의신탁약정 및 그에 따라 행해진 부동산에 관한 물권변동도 원칙적으로 무효로 하고, 과징금을 부과할 뿐만 아니라, 형사처벌까지 하게 되어 있다.

그러므로 부동산실명제법은 부동산실명제를 하나의 사회질서(社會秩序)로 보아 이에 위반되는 명의신탁약정이나 명의신탁등기를 반사회질서(反社會秩序)의 법률행위로서 무효로 하는 취지(趣旨)라고 판단된다.

② 명의신탁자의 말소등기 또는 이전등기 청구는 불법원인급여(不法原因給與)로 허용할 수 없다.

명의신탁약정이나 이에 따른 명의신탁등기를 반사회질서의 법률행위로서 무효라고 보는 이상 명의수탁자 명의의 등기는 불법원인급여에 해당한다.

그러므로 명의신탁자나 매◇인은 그 명의신탁을 하게 된 불법의 원인이 명의수탁자에게만 있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명의신탁약정의 해지나 소유권 또는 부당이득 등의 어떤 근거로도 명의수탁자를 상대로 그 등기의 말소나 이전등기 등의 청구를 할 수 없다.

또한, 명의신탁자가 명의신탁등기의 무효를 이유로 매◇인에 대하여 당초의 매매계약을 원인으로 한 소유권이전등기를 청구하는 것도 허용할 수 없다.

명의신탁자가 매◇인과 사이에 한 당초의 매매계약 그 자체만으로는 반사회질서의 법률행위라고 할 수 없겠지만, 명의신탁자가 당초의 매매계약에 관하여 매◇인 및 명의수탁자와의 약정에 따라 명의수탁자 명의로 등기를 하고 나서 그 명의신탁등기가 부동산실명제법에 의하여 무효라는 이유로, 다시 당초의 매◇인과의 매매계약을 원인으로 한 소유권이전등기를 구하는 것은 반사회질서의 법률행위를 인정하고 그에 기초하여 청구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게다가, 명의신탁자가 매◇인으로 하여금 명의수탁자 앞으로 마치게 한 명의신탁등기가 말소되지 않았고 위와 같이 불법원인급여에 해당하여 그 말소를 청구할 수도 없는 상태에서 매◇인에 대하여 다시 당초의 매매계약을 원인으로 한 이전등기를 청구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③ 이러한 해석은 새로운 사회질서 확립을 위해 필요하다.

사회질서(社會秩序)에 위반하는 법률행위의 구체적인 내용은 때와 곳에 따라서 달라지는 것이며, 국민 전체의 이성적이며 공정하고 타당한 관념에 따라 결정되어야 한다.

사적자치를 기본이념으로 하는 개인 간의 법률행위에서 타인의 명의를 빌렸다는 이유만으로 반사회질서의 법률행위로서 무효라고 하는 것은 지나치다는 거부감을 가질 수도 있다.

그러나 사적자치라고 하여 무제한의 자유방임이 허용되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부동산실명제법은 채무의 변제를 담보하기 위한 경우(제3조 제2항), 종중이나 배우자간의 명의신탁에 관한 특례를 두고 있고(제8조), 그 밖에 신탁제도가 필요한 사람은 신탁법을 이용하면 된다.

그렇게 하지 않고 부동산실명제법이 금지하는 명의신탁을 감행하는 것은 온갖 탈법 행위 또는 위법행위를 부추기는 것이므로 단순히 사적인 법률행위의 영역에 그치는 것이 아니다.

따라서 이러한 경우 명의신탁을 반사회질서의 법률행위로 보아 사법상의 보호를 차단하는 것은 바람직하며 사적자치의 본질을 침해하는 것도 아니다.

부동산실명제는 투명한 부동산거래질서를 확보하고 선진사회로 나아가기 위하여 필요할 뿐만 아니라 갈수록 중요성이 커지는 새로운 사회질서로서 반드시 확립되어야 한다.

그렇게 하기 위하여 부동산실명제법은 과징금이나 형사처벌 조항을 두고 있으나, 이것만으로는 한계가 있으며 명의신탁자에게 민사상의 구제를 허용하게 되면 부동산실명제의 근간에 심각한 훼손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

따라서 법원(法院)은 명의신탁자가 부동산실명제법에 위반된 명의신탁약정이나 그에 따른 등기의 무효를 원인으로 구하는 어떤 민사상의 청구에도 협력을 거부하여야 한다.

이렇게 할 경우 매◇인이나 명의수탁자에게 부당이득을 주게 될 수도 있으나, 이는 보다 중요한 사회질서의 확립을 위해 불가피한 결과이다.

나. 명의신탁약정은 불법원인급여이다.

(1) 효력규정(效力規定)이다.

개인간의 사법상(私法上)의 법률행위를 법적으로 규제하는 방법은 일반적으로 공법상(公法上)의 규제규정에 해당하는 사법적 법률행위는 그 행위를 금지한다거나 또는 “효력이 없다”고 규정하는 형식을 띤다.

사법적 법률행위에 대하여 공법에서 “금지 또는 효력이 없다”는 규정에 대하여는 그 계약 등의 법률행위를 효력규정이나 단속규정으로 해석할 여지가 있지만(앞의 부동산 등기특별조치법의 예에서와 같다), “무효(無效)”라고 규정한 경우에는 그 규정에 대한 가치판단의 논란의 여지가 없게 된다(부동산실명제법안도 당초 정부안에서는 ‘명의신탁 약정은 그 효력이 발생하지 아니한다. 명의신탁약정에 의하여 직전 등기명의자와 명의수탁자 사이에 행하여진 등기에 의하여서는 부동산에 관한 물권변동의 효력이 발생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였다가, 대체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안에서는 위 정부안을 각 ‘무효로 한다’로 수정하였다).

이 경우에는 그 대상이 되는 법률행위의 반사회질서성(反社會秩序性)의 정도가 강하여 확실하게 그 사법적 효력을 없애고자 함에 그 입법적 취지가 있고, 부동산실명제법 이 명의신탁약정을 무효로 규정한 것은 그 반사회질서성이 강하기 때문에 위 특별조치법에서와 같이 법률의 해석에 의한 논란이 생기는 것을 차단하기 위하여 일반적 입법 방식을 채택하지 않은 것이다.

따라서, 부동산실명제법에서 장래의 명의신탁 약정을 무효로 한 것은 민법 제103조의 반사회질서의 법률행위의 하나로 구체화한 것으로 봄이 타당하다.

[김상용, 무효인 명의신탁약정에 기한 급부의 불법원인급여의 성립 여부]

(2) 부동산실명제법의 입법취지

신탁자에게 부당이득의 반환을 구할 수 없게 한다면 수탁자는 우리나라에서의 부동산 가격에 비추어 볼 때 생각지도 않게 많은 이득을 얻게 되고, 그것이 우리의 법 감정(法感情)에 부당하게 느껴지는 것도 사실이다.

그렇지만, 이것은 신탁자가 부동산실명제법의 규정을 정면으로 무시하고 위법하게 명의신탁을 강행한데서 생긴 자업자득(自業自得)의 결과이므로 신탁자에게 가혹하다고 단정지울 수 없다.

부동산실명제법의 입법취지는 각종 탈법행위의 수단으로 이용되는 명의신탁 제도를 완전히 제거하려는 것이고, 그런 입법취지를 살리고 부동산실명제가 가지는 제도적인 측면을 고려한다면 신탁자가 수탁자로부터 부동산 자체 또는 매매대금 상당액을 돌려 받는 것을 원천적으로 봉쇄하여야 한다.

그렇지 않고서 부동산실명제 시행 이후에도 부동산 등이 신탁자에게 되돌아가는 것을 허용하여 준다면 부동산실명제의 존재의의(存在意義)는 없게 된다.

더욱이 앞서 본 바와 같이 부동산실명제가 모든 명의신탁을 일률적으로 금지하는 것이 아니라 반사회질서성이 없는 경우는 예외적으로 이를 허용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더더욱 그러하다.

[한기춘 부장판사, 계약명의신탁과 부당이득]

다. 검토

위 견해는 부동산실명제법의 입법취지에 충실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

부동산실명제법이 금지하고 있는 명의신탁은 반사회질서성(反社會秩序性, 민법 제103조)이 강하므로 무효인 명의신탁약정에 기한 급부(給付)를 명의신탁자가 부당이득으로서 반환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하면 부동산실명제법의 핵심내용인 명의신탁 약정이 무효라는 규정의 입법취지가 몰각된다는 점을 들고 있다.

부동산실명제법이 탄생하게 된 계기가 부동산등기특별조치법에 대하여 대법원이 명의신탁약정은 사법적으로는 유효하다고 판시함으로써 명의신탁에 대한 규제가 사실상 좌절되었고, 이에 대한 반성으로 명의신탁약정 자체를 무효로 하는 부동산실명제법의 연혁에 비추어 보아도 더욱 당연하다.

또한, 위 견해는 그 동안 대법원이 명의신탁을 제외한 나머지 강행규정(强行規定) 위반의 개인간의 법률행위에 대하여 대법원이 가능하면 그 사법적 효력을 인정하는 범위를 넓게 하려는 경향에 대하여서도 비판적이다.

6. 부동산실명제 대한 검토

가. 문제의 제기

앞서 본 부동산실명제 시행 이후의 명의신탁의 법률관계 및 불법원인급여에 관한 판례에 의하면, 결과적(結果的)으로 1995.년 언론의 호들갑 속에 탄생한 부동산실명제의 시행으로 인하여 탈세나 투기등 목적으로 남의 명의를 빌려서 경제적 이익을 얻던 신탁자들의 입장에서 달라진 것은, 그 이익을 수탁자로부터 회복하는 법적인 방법이 명의신탁 계약의 해지(解止)에서 부당이득의 반환(不當利得返還)이나 물권적 청구권(物權的 請求權) 등으로 청구원인만이 바뀌었다는 점 뿐이다.

위와 같이 명의신탁자가 부동산실명제를 시행과 상관 없이 그 경제적 이익(經濟的 利益)만을 예전같이 확보할 수 있다면, 굳이 법적인 청구원인(請求原因)이 어떻게 달라 지는가 하는 점은 법률가에게 맡겨 놓으면 되는 문제일 것이다.

위와 같은 결과는, 그렇다면 왜 국가의 3권(三權) 중의 두 부문인 정부(政府)가 지난 80년 동안 법원(法院)에 의하여 유지되었던 명의신탁 제도를 폐지하기 위하여 부동산실명제를 준비하였고,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國會)

가 부동산실명제법을 제정하여 이를 시행하여 왔는지 의문이 들게 한다.

나. 부동산실명제법의 주(主)된 입법목적(立法目的)

위와 같은 대법원의 입장은 부동산실명제법의 주된 목적(主된 目的)을, 부동산실명제법은 부동산에 관한 소유권 등의 물권을 실체적 권리관계에 부합하도록 실권리자 명의로 등기하도록 하는 것에 있는 것이지, 신탁자가 신탁부동산의 소유권을 취득하지 못하도록 금지하는 것은 아니라는 입장에서 출발한다.

부동산실명제의 주된 목적이 무엇인가 하는 점은 앞의 부당이득 내지 불법원인급여 논쟁의 출발점으로서의 의미가 있다.

부동산실명제법 제1조는, “부동산에 관한 소유권 기타 물권을 실체적 권리관계에 부합하도록 실권리자 명의로 등기하게 함으로써 부동산등기제도를 악용한 투기·탈세·탈법행위 등 반사회적 행위를 방지하고 부동산거래의 정상화와 부동산가격의 안정을 도모하여 국민경제의 건전한 발전에 이바지”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고 되어 있다. 위 규정에 의하면, 부동산실명제는 부동산에 관한 권리관계의 명의와 실질을 일치시키려는 목적과 함께 명의신탁자가 등기제도를 이용하여 투기·탈세·탈법행위 등 반사회적 행위를 하는 것을 방지하고 부동산에 관한 거래의 정상화와 가격의 안정을 이루려는 목적을 같이 가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위 규정을 자세히 보면 부동산실명제법의 입법자(立法者)가 그 입법을 통하여 이루려는 주(主)된 입법의 목적(目的) 내지 취지(趣旨)는, ‘부동산에 관한 소유권 기타 물권을 실체적 권리관계에 부합하도록’ 하려는 데만 있는 것이 아니고 오히려 이를 수단(手段)으로 하여 산업화가 시작된 이래의 만성적인 ‘부동산등기제도를 악용한 투기·탈세·탈법행위 등 반사회적 행위를 방지’하여 부동산 거래가 투기목적이 아닌 실수 요자가 중심이 됨으로써 거래의 정상화와 부동산가격의 안정을 도모하려는 데 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즉, 부동산실명제의 입법자는 명의신탁 약정을 무효로 함으로써, 부동산에 관한 명의와 실질을 일치시키려는 목적보다는 오히려 이를 통하여 명의신탁자가 무효인 명의신탁 약정에 의하여 부동산의 거래를 하고 그 부동산의 소유권을 취득하는 것을 헌법적인 틀 내에서 막고자 하는 적극적인 의미를 담고 있다(박상기, 계약명의신탁과 수탁자의 형사책임).

위와 같은 입법자의 의도는, 부동산실명제법이 부동산등기특별조치법과는 달리 명의 신탁 약정의 사법적 효력을 무효화하고, 나아가 명의신탁자에 대해서만 형사 처벌과는 별도로 그 경제적 이익(經濟的 利益)까지 과징금(부동산가액의 30/100)이나 이행강제금 (10/100)으로 박탈하려는 조항에서도 찾아 볼 수 있다.

부동산실명제에서 명의신탁이 무효가 됨으로써, 모든 형사적, 경제적 불이익은 명의 신탁의 내부관계에 있는 자, 즉 신탁자와 수탁자에게 귀속하게 하고, 그 양자 중에서는 수탁자가 아닌 신탁자에게 그 불이익이 귀속되게 하려는 것이 위 법의 취지이다.

단순히 부동산실명제 위반자가 형사처벌이나 행정적 제재를 받게 되면 그만이지 명의신탁자가 그 소유권을 회복하는 것은 부동산실명제법과 별 상관이 없는 것 아니냐는 주장은 위 특별조치법에 관하여 형사적 재제를 통하여 간접적으로 실체적 권리관계에 부합하도록 유도하는 것만을 입법취지로 하고 명의신탁의 사법적인 효력은 인정된다는 단속규정설과 유사한 입장으로 부동산실명제의 입법목적에서 벗어난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실명제법의 주된 목적을 위와 같이 보는 것은, 부동산등기특별조치법에 대하여 단속규정설이라는 판례의 견해를 뒤집음으로써 더 이상 법원에서 명의신탁의 법리를 이용할 수 없게 하려는 입법자의 취지에도 부합한다고 본다(부동산실명제법해설 32쪽).

다. 부동산실명제는 하나의 제도(制度)이고 사회질서(社會秩序)이다.

이제 부동산실명제가 시행된 지도 10년이 넘어 가고 있다. 그러나, 앞서 판례의 견해대로라면 부동산실명제의 입법취지는 퇴색되어 질 것이 분명한 상황에서, 부동산실명제가 기존의 대증적(對症的)인 부동산대책들과 어떻게 다르고,금융실명제와의 비교를 통하여 그 제도적 의미를 살펴 본다

(1) 기존의 대증적(對症的) 입법조치와의 차이점

우리나라에서 부동산투기가 문제되기 시작한 것은 대략 1960년대 후반부터로 보고 있다.

그러나 이에 대한 부동산대책은 주로 대증적인 조치로서 투기가 만연할 때는 각종 입법조치로 억제하다가도 조금만 부동산가격이 안정되면 반대로 경기의 활성화 차원에서 그 부양책이 나오는 악순환이 계속되었다.

1960년대 후반부터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주요한 부동산정책들을 개관해 보면, 1967년에 투기억제세를 부과하기 위해 제정된 '부동산투기억제에 관한 특별조치법'을 시작으로 1973년 주거용토지분 재산세의 누진과세, 1974년의 공한지세와 법인비업무용토지분 재산세 중과제도, 토지공개념(土地公槪念)이라는 말의 등장과 함께 1978년 8·8 부동산투기 억제와 양도소득세의 강화, 1989년 종합토지세제와 토지공개념 관련 법률(택지소유 상한에 관한 법률, 개발이익 환수에 관한 법률, 토지초과이득세법)의 제정과 이어서 1990년에 5·8조치와 함께 앞서의 부동산등기특별조치법이 제정되었다. 위 조치들은 대부분 부동산 투기에 대하여 형사적 처벌, 중과세나 과징금 부과 등의 공법적 규제(公法的 規制)가 그 내용을 이루었다.

그러나, 사법적(私法的)인 차원에서는 대부분의 부동산 투기가 이루어지는 법률적 장치인 명의신탁, 중간생략등기, 미등기전매, 위장전입, 가등기, 제소전 화해 등의 제도들은 그 유효성(有效性)을 인정받아 왔고, 그 중에서도 명의신탁과 중간생략등기에 의한 투기가 가장 빈번히 행해졌다.

부동산실명제는 기존의 많은 공법적 규제조치를 넘어 서서 이제 투기의 대종을 이루는 명의신탁 약정과 그에 의한 등기를 사법적(私法的)으로 무효화(無效化)함으로써 부동산 투기의 원천적인 이유를 제거하려고 하였다는 점에서 근본적인 차이점(根本的인 差異點)이 있다.

부동산실명제법을 그 이전까지의 부동산 투기를 규제하던 예컨대 부동산등기특별조치법의 연장선상에서 파악할 이유는 아닌 것이다.

[윤홍철, 부동산실권리자 명의변경에 관한 법률의 제정과정과 문제점]

(2) 금융실명제와의 비교

1993. 8.경 대통령의 금융실명거래 및 비밀보장에 관한 긴급재정경제명령(1997. 12. 31. 법률 제5493호 금융실명거래 및 비밀보장에 관한 법률로 폐기되었다)에 의하여 금융기관에 대하여 실명거래를 의무화하고 거래자의 실명확인 및 비실명확인 계좌에 대한 지급 등을 금지하도록 하였으며 거래자에 대하여는 실명전환을 강제하는 내용의 금융실명제가 실시되었다.

금융실명제의 시행으로 1994.까지 3.5조원이 차명계좌(借名計座)에서 실명전환이 이루어 졌고, 약 2.8조원이 가명예금(假名預金)에서 실명전환이 되었으며, 이는 당시 전체 금융재산의 약 2%정도였다.

위 실적에 대하여 금융실명제 실시에 대한 평가는 나누어지나, 적어도 제도적(制度的)으로 금융기관을 경유하는 모든 금융거래에 실명의 사용을 의무화함으로써 자금의 출처나 이동에 대한 조사의 위험성이 증가되고 정경유착이나 음성소득 등의 사회 부조리가 위축되었다는 점에 대하여는 그 평가가 일치하고 있다.

이는 금융실명제의 시행으로 인하여 그 시행당시부터의 대통령의 비자금이 드러났고, 그 이후 각종 뇌물범죄가 발각되는 등 우리 사회의 투명화에 기여하고 있다.

한편, 부동산실명제도 그 유예기간 1년이 경과한 1996. 7. 1.까지 부동산의 실명전환이65,651건, 성업공사에의 매각의뢰가 325건이 행해졌는데, 그 중 토지가 54,300건으로 1억 2,113만평, 건물이 11,676건으로 937만평, 합계 총 1억 3,050만평, 시가 4조 4,416억원에 달하는 부동산이 실명전환 되었다(부동산실명제 백서 67쪽 이하).

(3) 소결

금융실명제는 화폐(貨幣) 부문에서의 실명에 의한 거래를, 부동산실명제는 부동산 즉 실물(實物) 부문에서의 실명거래를 통하여 우리 사회내의 거래의 정상화를 통한 자본주의적 경제정의(經濟正義)를 실현하고 사회의 투명성을 높여 투기·탈세·탈법행위 등의 각종 사회적 부조리(社會的 不條理)를 제거(除去)하려는 목적을 가지고 있다. 금융실명제는 그 개인간의 거래의 한 축인 금융기관에 대하여 국가의 어느 정도의 영향력이 인정되어 그 제도적 정착이 비교적 순조로웠던 면이 있었으나, 부동산실명제는 순전히 개인간의 거래로서 그 제도적 정착에 더 많은 사회적 이해관계의 충돌과 시간이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또한 부동산실명제의 제도적 정착은 부동산실명제법의 시행만으로는 부족하고, 아래 9.에서 보는 바와 같이 등기원인서류의 공증제도나 실질심사제 등의 제도적 보완장치가 반드시 수반되어야 한다는 점에 차이가 있다.

어찌 됐든, 위 두 제도는 기존의 많은 문제 해결방안들이 별다른 효과를 보지 못한 후에야 비로소 국민의 대표기관인 대통령과 국회의 입법적 결단(立法的 決斷)으로 탄생되었고, 다른 법률들과 달리 정권의 교체(政權의 交替)나 사회경제적 상황의 변동(社會經濟的 狀況의 變動) 등으로 쉽사리 그 수명을 다할 성질의 것이 아니라 지급까지 우리나라 자본주의 사회질서의 한 축을 이루는 내용으로서 그 제도적인 기여(制度的인 寄與)를 하였고, 앞으로도 또한 그러할 것이다.

라. 명의신탁제도는 후세에 물려 주어야 할 자랑스러운 법률 유산(法律 遺産)이 아니다.

(1) 사회적 비용(社會的 費用)의 문제

민법상 하나의 물건에 대하여는 하나의 소유권만 존재한다는 것이 근대민법의 일물일권주의(一物一權主義)이고, 물권은 관습법(慣習法)상으로도 창설할 수는 없다는 것이 민법의 규정이다.

그럼에도, 명의신탁이론은 우리 사회에서 현실적(現實的) 벌어지는 거래관행을 법 이론적으로 합리화하기 위하여 1개의 부동산에 대한 소유권을 대내적인 소유권과 대외적인 소유권으로 나누는 유래 없는 이론 구성을 해 온 것이다. 이와 같이 1개의 물건에 대하여 1개밖에 존재할 수 없는 소유권이 둘로 나뉘어 지면서 여러 가지 복잡한 문제를 낳게 되었다.

먼저, 명의신탁에서는 계약당사자가 누구인지, 계약명의자인지 또는 그 배후에 이름을 감추고 있는 신탁자인지 확정하는 문제가 쉽지 않다(當事者의 確定).

최근 대법원 판결에서 고등법원이 계약명의신탁으로 보아 횡령죄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한 사건에 대하여 계약명의신탁이 아닌 중간생략등기형 명의신탁으로 보아 유죄를 선고했던 것처럼 양자의 구별은 쉽지 않고 그에 따라 법률효과가 정반대가 되기도 한다(대법원 2001도6209호 판결).

둘째로, 부동산실명제법의 시행으로 명의신탁 약정은 민법상 허위표시(민법 제108조) 와 법률효과가 비슷하게 되었다.

그러면서도, 보호되는 제3자의 범위에서 무효인 명의신탁 계약에서는 허위표시와는 달리 무권리자로부터 부동산을 취득한 전득자를 제외하고 있어 그 법률해석에 혼란이 있기도 하다(양창수, 전득자는 부동산실명제법 제4조 제3항의 제3자가 아닌가, 대법원 2005다34667판결).

셋째로, 조세포탈이나 강제집행을 면하기 위한 명의신탁 계약의 경우에는 민사법정에서는 그 계약의 효력이 인정되어 신탁자가 보호를 받지만, 그 옆의 형사법정에서는 같은 행위로 인하여 신탁자가 강제집행면탈죄나 조세포탈범으로 유죄판결을 받게 된다.

위와 같은 혼란은, 결국 당사자로 하여금 상대방을 형사고소하여 구속 당하게 하는 등의 형사적 절차(刑事的 節次)에 의한 분쟁해결에 내몰리도록 하거나, 그것마저 어려운 경우에는 이른바 채권해결사를 통한 불법적 방법(不法的 方法)으로 분쟁을 해결하도록 한다

이와 같은 명의(名義)와 실질(實質)의 불일치(不一致)는 이로 인하여 첫째, 법률가는 물론이고 그 법률관계의 당사자에게 계약의 진정한 당사자가 누구인지, 해당 부동산의 진정한 소유권자가 누구인지, 횡령죄 등의 범죄가 되는 지 등의 여러 가지 불필요한 시간과 노력의 사회적 비용을 낭비하게 한다.

둘째, 같은 행위로 인한 결과에 대한 민사나 형사상의 법적 평가가 달라짐으로써 시민에게 법적 혼란(法的 混亂)을 가져오게 되고 준법의식을 마비시키는 문제를 일으킨다.

(2) 우리나라에서 토지문제

우리나라에서 토지 문제는 전세계에서 몇번째 안가는 인구밀도와 그에 더하여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전 분야에서의 서울 집중현상으로 인한 수도권의 인구과밀로 인한 토지문제를 안고 있다.

우리 헌법은 토지가 지닌 위와 같은 특성을 감안하여 "국가는 국민 모두의 생산 및 생활의 기반이 되는 국토의 효율적이고 균형있는 이용·개발과 보전을 위하여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그에 관한 필요한 제한과 의무를 과할 수 있다"라고 규정(제122조) 함으로써, 토지 재산권에 대한 광범위한 입법형성권을 부여하고 있다. 헌법재판소는 "입법자는 재산권의 내용을 구체적으로 형성함에 있어서 헌법상의 재산권보장과 재산권의 제한을 요청하는 공익 등 재산권의 사회적 기속성을 함께 고려하고 조정하여 양 법익이 조화와 균형을 이루도록 하여야 한다."는 견해를 밝힌 바 있다 (헌재 1998. 12. 24. 89헌마214등, 판례집 10-2, 927, 944-945).

특히 토지에 대한 재산권과 관련하여 "토지는 원칙적으로 생산이나 대체가 불가능하여 공급이 제한되어 있고, 우리나라의 가용토지면적은 인구에 비하여 절대적으로 부족한 반면에, 모든 국민이 생산 및 생활의 기반으로서 토지의 합리적인 이용에 의존하고 있으므로, 그 사회적 기능에 있어서나 국민경제의 측면에서 다른 재산권과 같게 다룰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므로 공동체의 이익이 보다 강하게 관철되어야 한다."는 판단을 한 바 있다(헌재 1998. 12. 24. 89헌마214등, 판례집 10-2, 927, 946).

이와 같은 우리 사회의 토지문제는 앞으로 통일(統一) 등의 변수가 있다 하여도 쉽사리 해결될 성질의 것은 아니고, 우리 사회에서 상당한 기간 동안 국가적 과제로 남아 있게 될 것이다.

 

7. 불법원인급여의 성립여부

가. 들어가는 말

앞서 부동산실명제 시행 이후 명의신탁 계약에 대하여 불법원인급여에 해당한다는 입장은 부동산실명제법 제4조가 명의신탁 약정을 무효로 한 것은 민법 제103조의 반사회질서의 법률행위를 구체화한 것이고, 이는 당연히 민법 제746조의 불법원인급여에 해당한다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다.

그러나, 여기에서 민법 제103조의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와 제746조의 ‘불법’이 반드시 일치하는가에 대하여는 의견이 나뉘고 있으므로 먼저 이를 살펴본다.

다음으로, 명의신탁을 하게 된 목적에 따른 명의신탁의 유형별로 민법 제746조의 성립여부를 알아본다.

개인이 명의신탁약정을 체결하는 동기 내지 목적은 아주 다양하다.

예컨대, 친구 2명이 땅을 사면서 편의상 1명 앞으로 등기를 해 놓은 경우, 이와 같은 명의신탁을 바로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반한다거나 불법원인에 의한 것이라고 단정하기에는 힘든 면이 있다.

나. 민법 103조의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반되는 행위는 언제나 민법 제746조의 “불법원인” 행위인가(민법주해 470쪽 이하)

① 대법원은, 민법 746조는 민법 제103조에 대응하는 규정으로, 민법 746조의 불법 (不法)은 민법 103조의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반된 행위를 말하고, 강행법규위반행위에 대하여는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반되는 경우도 있겠고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을 것이므로 강행법규 위반행위를 모두 불법원인급여라고 할 수는 없다고 한다(공서양속위반설, 대법원65다1837).

도박(賭博)에 관련된 금전의 대여나 채무의 부담행위나, 또는 윤락행위(淪落行爲)를 하도록 권유, 유인, 알선 또는 강요하거나 이에 협력한 자가 영업상 관계있는 윤락행위를 하는 사람에 대하여 가지는 대여금채권을 행사하는 경우는 불법원인급여로 그 반환을 구할 수 없다고 한다.

강행법규 위반행위로 판례는 공무원에 대한 청탁을 위한 교제비, 변호사가 아니 자에게 소송대리를 위임하고 지급한 보수, 관세포탈이나 밀수를 위하여 제공한 대가, 선거출마 포기의 대가 등을 인정한다.

② 그런 반면, 민법 제105조는 임의규정(任意規定)을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관계없는 규정으로 정의하고 있으므로, 민법 전체의 해석상 강행법규는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관계되는 규정이 명백하고, 따라서 민법 746조의 불법의 개념에는 공서양속(公序良俗)위반과 강행법규 위반행위가 모두 해당된다고 한다(강행법규포함설).

③ 세번째 견해는, 민법 제103조의 공서양속 위반행위라도 민법 제746조의 불법성이 인정되기 위하여는 그 제도취지에 합당한 별도의 불법성이 필요하다고 한다.

민법 제103조는 불법의 실현을 위한 법적 도움의 요청을 거절하는 단계에서, 민법 제746조는 이미 실현된 불법의 복구를 거절하는 단계에서 작용하고 있고, 민법 제103조는 계약 등의 법률행위만을 대상으로 하나 민법 제746조는 법률행위를 전제로 하지 않을 수도 있는 점에 차이가 있다고 한다.

여기에서, 민법 제746조가 적용되려면 당사자 간의 이익귀속의 부당(利益歸屬의 不當)함에도 불구하고, 그 반환을 거부하는 것이 불법원인의 발생을 억제하는 데 합목적적(合目的的)이라고 할 만큼 반사회성, 반윤리성이 현저한 경우로 파악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한다(규범목적설로 부른다, 박병대).

위의 견해의 대립과 관련하여 아래에서 명의신탁의 유형별로 불법원인급여의 성립의 문제를 살펴보기로 한다.

다. 강제집행면탈(强制執行 免脫)이나 조세포탈(租稅逋脫)의 목적(目的)인 경우(이하 민법주해 508쪽 이하)

대법원은 앞서 본 것처럼 위와 같이 채권자의 강제집행을 피하거나 세금을 포탈하기 위한 목적의 명의신탁 계약에서, “불법의 원인(不法의 原因)”은 함은 재산을 급여 한 원인이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반하는 경우를 가리키는 것이나 이 경우는 불법원인급여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하고 있다.

불법원인급여의 성립을 부정하는 가장 중요한 근거는 다음과 같다.

만약 위와 같은 목적의 명의신탁행위가 불법원인급여에 해당하여 반환청구를 부정하게 되면 그 채권자도 해당 부동산에 대한 강제집행을 할 수 없게 됨으로써, 결국 형법이 보호하고자 하는 채권자의 이익(債權者의 利益)을 해치게 되고 나아가 그런 행위를 조장하는 결과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위 견해에 대하여는 다음과 같은 비판을 제기할 수 있다.

(1) 대법원 판례의 태도

대법원은 부동산실명제와 상관없이 명의신탁 받은 부동산을 그 신탁목적에 위반하여 수탁자가 임의로 양도하는 배신행위(背信行爲)를 하는 데 대하여 양수인이 적극 가담한 경우는 민법 제103조에 의하여 양□인인 수탁자와 양수인인 제3자 사이의 매매 등 계약은 무효(無效)가 된다고 한다.

이 경우 양□인인 수탁자가 양수인에게 다시 그 계약이 위와 같이 103조 위반으로 무효가 되었으므로 이를 원인으로 반환을 청구하는 것(양수인 명의의 소유권이전등기의 말소 등을 구하는 것)은 민법 제746조의 불법원인급여에 해당하여 허용되지 않는다고 한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신탁자가 양□인인 수탁자를 대△(代位)하여 양수인 앞으로 되어 있는 등기의 말소를 청구하는 것은 허용이 된다고 한다.

(2) 문제점에 대한 검토

여기에서 논리적인 문제점이 발생한다.

이는 양□인인 수탁자와 양수인 사이의 계약이 반사회적 행위로서 민법 제103조에 의하여 무효이고 그 이전등기도 불법원인급여에 해당한다면 양□인인 수탁자는 소유권에 기해서도 반환청구를 하지 못하는 것인데, 신탁자는 양□인인 수탁자의 도대체 어떤 권리를 대△(代位)하여 급부의 반환을 구할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

이와 같은 문제는 부동산의 이중양도를 권유, 조장하는 등 양□인의 배임행위에 제2양수인이 적극 가담하는 형태의 반사회적(反社會的)인 부동산의 이중양도(不動産의 二重讓渡)의 경우에도 동일하게 발생한다.

부동산 이중양도의 경우, 그 이중양도계약은 민법 제103조에 의하여 무효이나, 제1양수인은 소유자인 양□인을 대△하여 제2양수인 앞으로 된 소유권이전등기의 말소를 구할 수 있다는 것이 확립된 판례이다.

위와 같은 의문에 대한 대법원의 판례는 없고, 아래에서는 부동산의 이중양도의 경우에 대한 견해들을 살펴본다(앞의 수탁자의 배신행위에서와 논리가 같다).

학설상으로는, 반사회적 이중양도계약을 무효로 보는 것은 제1양수인을 보호하고자 하는 데 있으므로, 제1매수인에 대한 관계에서는 상대적(相對的)으로 불법원인급여에 해당하지 않는다.

이중양도는 불법원인급여에 해당하지만 제1양수인이 채권자대△(債權者代位)에 의하는 반환청구하는 경우 민법 제746조가 적용되지 않는다.

제2양수인의 이중매매는 제1양수인에 대하여 제3자의 채권침해에 의한 불법행위를 구성하므로 손해배상에 갈음한 원상회복으로 반환청구가 인정된다.

제1양수인의 반환청구가 인정되는 것은 특정채권의 보전(特定債權의 保全)을 위한 채권자 대△의 경우에는 채무자의 무자력(無資力) 여부와 상관없이 목적물에 대한 추급(追及)을 인정하고자 하는 것이므로 이 경우에는 불법원인급여의 적용이 제한된다.

(3) 이 사건에서의 판단

위 견해의 대립이여 어찌 됐든, 앞서의 수탁자의 배신행위에서의 ‘신탁자’나 부동산의 이중양도의 경우에서 ‘제1양수인’의 반환청구권을 채권자대△(債權者代位)의 한 특수형태로 이론을 구성하여 인정한 것은 대법원의 확립된 견해이고, 입법자가 예정하지 않은 것을 판례가 사실상 창출한 제도라는 연혁적 배경을 가지고 있다(민법주해 512쪽).

또한, 수탁자의 배신행위에 대한 위 판례이론은 부동산실명제 시행 이전에 판례에 의하여 창안된 것으로서 명의신탁이 유효한 경우에 신탁자를 보호하기 위한 이론이었고, 부동산실명제 이후에도 여전히 유효(有效)하게 적용되고 있다.

위와 같은 판례이론을 부동산실명제가 시행된 이후의 명의신탁자의 채권자, 명의신탁자, 명의수탁자 사이의 3자 관계에 그대로 적용하는 경우, 신탁자와 수탁자 사이의 강제집행을 면하거나 세금을 포탈하기 위한 명의신탁 계약을 민법 제103조에 의하여 무효이고 민법 제746조의 불법원인급여의 성립을 인정하여 신탁자의 수탁자에 대한 반환청구를 부정하여도, 신탁자의 채권자는 위 판례이론과 같이 채권자 대△제도를 통하여 자신의 채권에 기하여 신탁자를 대△하여 수탁자 앞으로 된 소유권이전등기의 말소를 구할 수 있게 된다.

물론, 위 판례이론은 특정물 채권의 보전을 위한 것이고, 이 경우 명의신탁자의 채권은 대부분 일반채권(一般債權)에 해당하는 경우일 것으로, 이는 위 판례이론이 당초 예정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강제집행을 피하거나 세금을 포탈하기 위한 목적으로 명의신탁 약정에 의하여 등기를 마친 경우에는, 거의 대부분 채권자취소권의 요건이 충족될 수 없거나 그 일반채권의 시효가 완성되었을 시점일 것이므로 명의신탁의 채권자로서는 다른 권리구제 방법이 없게 된다.

또한, 이와 같이 해석하는 것이, 부동산 실명제가 시행되어 명의신탁 약정이 무효가 된 이후에도 수탁자의 배신행위에 대한 위 판례이론이 여전히 적용되어 신탁자가 보호받는 것과 균형을 이룰 수 있다고 본다. 명의신탁이론이 세계에서 유일하게 우리나라의 판례에 의하여 창설된 독특한 제도인 점을 감안한다면, 이 사건의 문제점에 대한 해결방법도 우리의 판례이론에 기초하고 그에 의하여 해결되어야 한다고 본다.

라. 불법원인급여의 성립의 부정하는 다른 논거

(1) 반윤리성이 없다.

불법원인급여의 성립을 부정하는 견해는, 부동산실명제법 시행 이후의 명의신탁에 대하여도 오랜 기간 그 유효성이 인정되어 온 명의신탁에 관한 일반국민들의 법 생활 감정에 비추어 신탁재산의 반환을 부정하고 수탁자로 하여금 그 재산을 보유하게 할 만큼 반윤리성이 없고, 그 반환을 부정하는 경우에는 부동산에 관한 실체적 권리관계에 부합하는 등기를 달성하고자 하는 위 법의 또 다른 규범목적에 배치된다고 한다. 그러나, 위 견해에 대하여는, 부동산실명제법의 주된 입법목적(主된 立法目的)이 어디에 있는가에 대하여는 앞서 본 바와 같이 ‘부동산에 관한 소유권 기타 물권을 실체적 권리관계에 부합하도록’ 하려는 데만 있는 것이 아니고 오히려 이를 “수단(手段)”으로 하여 산업화가 시작된 이래의 만성적인 ‘부동산등기제도를 악용한 투기·탈세·탈법행위 등 반사회적 행위를 방지’하려는 데에 주된 입법의 “목적(目的)”이 있다고 보는 견해에서는 수긍하기 어렵다.

(2) 사회적 충격이 크다.

지금 당장 명의신탁자의 재산 반환의 길을 막는다면 사회적 충격이 너무 클 것이기 법을 떠나 사실상(事實上) 상당기간의 유예기간을 두고 명의신탁을 금지하는 취지가 국민 일반에 보편적으로 인식되는 시점까지 미루자는 주장이 있다(그 기간은 앞으로 10년, 20년, 아니 30년, 40년 후라도 좋다고 한다, 한기춘 부장판사).

현실론으로는 수긍이 가는 면이 많다.

그러나, 한편 재산권(財産權)보다 헌법상 더 중요한 가치로 평가되는 신체의 자유(身體의 自由), 즉 국가가 개인에게 형벌(刑罰)을 가하는 경우 그런 법이 존재한다는, 또는 자신의 행위가 법에 위반되는지 몰랐다는 피고인의 법의 무지(法의 無知)의 주장에 대하여 대법원은 “단순한 법률의 부지(不知)”로는 처벌을 면할 수 없다는 견해를 일관되게 유지하고 있는 것과는 대조를 이룬다(1985.4.9. 선고 85도25 판결).

대법원은 개인에게 형벌을 부과하면서 법의 무지를 인정하지 않고 있으면서, 개인의 재산권에 대한 사법상의 효력에 관한 문제에서 부동산실명제가 정착될 때까지 앞으로 수십년이라도 기다리자는 주장은 어찌 됐든 문제가 있다.

위 주장의 현실적인 측면은 명의신탁을 그 목적에 따라 유형별로 나누어서 불법원인 급여의 성립을 검토해 보는 방향에서 해결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본다.

마. 다른 목적의 명의신탁의 경우

부동산실명제법 제1조는 부동산등기제도를 악용한 투기, 탈세, 탈법행위 등 반사회적 행위를 방지하는 등을 목적으로 하고 있고, 위 법은 예외적으로 명의신탁을 허용하는 경우에도, 종중이나 배우자에 대한 특례에서 조세포탈, 강제집행의 면탈 또는 법령상의 제한을 회피할 목적으로 하지 않는 경우(제8조), 종교단체, 향교 등이 조세포탈, 강제집행의 면탈을 목적으로 하지 않는 경우(제11조 제1항 단서)를 규정하고 있다. 위 법 제1조의 “투기(投機)”는 경제학적인 용어로서 투자(投資)와의 구별을 법적으로 정의하기 애매모호하며, 다만 이른바 알박기와 같은 형법상의 부당이득죄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투기 목적의 명의신탁도 불법원인급여가 성립한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다음으로, 명의신탁의 주된 목적이 탈법행위 방지의 경우, 예컨대 농지법의 적용을 피하거나 토지거래허가를 피하기 위한 경우 등에는 그 불법성이 강제집행면탈이나 조세포탈의 경우보다 작다고 할 것이고, 행정상(行政上)의 목적을 위한 것으로 볼 여지가 크다는 점에서, 단지 편의(便宜)를 위한 경우라고 볼 수 있는 경우에는 부동산실명제가 아래 9.에서 보는 바와 같은 제도적 보완(制度的 補完) 장치를 갖추어 우리사회의 부동산 거래에서 생활의 일부분(生活의 一部分)으로 받아들여지기 전까지는 한시적으로 민법 제746조의 불법원인급여를 인정하는 것이 곤란하다고 보여 진다.

부동산실명제가 하나의 법률이 아닌 사회제도로 정착시킬 몫은 국가에 있기 때문이다.

 

8. 다른 청구원인에 의한 반환청구에 대하여

가. 소유권 또는 진정명의회복을 원인으로

판례는 부동산실명제 시행 이후에 명의신탁자는 명의신탁 해지를 원인으로 하여서는 반환청구를 하지 못한다 하여도 부당이득이나, 소유권에 기한 방해배제청구권(물권적 청구권)이나 진정명의회복을 청구원인으로 하여 반환을 구할 수 있다고 한다.

앞서 강제집행 면탈이나 조세포탈 목적의 명의신탁 약정에 대하여 민법 제746조의 불법원인급여의 성립을 인정하는 입장에서 물권적 청구권이나 진정명의회복을 청구원인으로 하는 반환청구의 문제를 살펴본다.

대법원은 1979. 11. 13. 선고 79다483 전원합의체 판결 이래, 민법 제746조는 단지 부당이득제도만을 제한하는 것이 아니라 동법 제103조와 함께 사법의 기본이념으로서, 결국 사회적 타당성이 없는 행위를 한 사람은 스스로 불법한 행위를 주장하여 복구를 그 형식 여하에 불구하고 소구할 수 없다는 이상을 표현한 것이므로, 급여를 한 사람은 그 원인행위가 법률상 무효라 하여 상대방에게 부당이득반환청구를 할 수 없음은 물론 급여한 물건의 소유권은 여전히 자기에게 있다고 하여 소유권에 기한 반환청구도 할 수 없고 따라서 급여한 물건의 소유권은 급여를 받은 상대방에게 귀속된다고 판시 하고 있다.

따라서, 불법원인급여가 성립하는 경우에는 신탁자는 그 약정의 무효로 부동산의 소유권이 자신에게 남아 있다는 이유로 소유권에 기한 방해배제로서 또는 진정명의회복을 청구원인으로 하든 수탁자 명의로 넘어간 이전등기의 말소를 구할 수 없다.

나. 관련문제 - 횡령죄의 성립여부

앞서 본 명의신탁유형에 따른 소유관계에 대한 판단에 따라서 “타인(所有)의 물건을 보관하는 자‘가 주체가 되는 형법상 횡령죄에서 수탁자가 목적물을 처분한 경우에 횡령죄의 성립 여부가 달라진다.

판례는, 2자간 등기명의신탁의 경우 부동산 실명제법 시행 이후의 명의신탁이든, 위법 시행 전의 명의신탁으로 유예기간 동안 실명전환을 하지 않은 경우이든지 신탁자에 대한 횡령죄가 성립되고, 3자간 등기명의신탁의 경우도 신탁자에 대한 횡령죄가 성립한다고 한다(대법원 99도3170, 99도5227, 2000도3463 판결).

그러나, 계약명의신탁에서 매◇인이 선의인 경우에는 수탁자가 신탁자 및 매◇인에 대한 관계에서 소유권을 취득하였으므로 횡령죄나 또는 배임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한다(대법원 98도4347, 2001도2722판결).

이와 같은 명의신탁에서의 횡령죄의 성립여부는 결국 불법원인급여가 성립하는지에 따라 달라지게 될 것이다.

 

9. 부동산실명제 시행에 있어서의 몇 가지 문제

가. 문제의 제기

부동산실명제는 이제 강산이 변한다는 시행 10년을 넘어서고 있다.

이 제도가 정권이나 당파적 이해관계를 초월한 우리 자본주의 사회질서의 한 축으로 앞으로 계속 기능하기 위하여는 부동산실명제법 내부의 문제점을 법률의 개정으로 해결하여야 하고, 그 입법취지를 유지하기 위하여 실명제법 밖의 제도 개선을 통하여 그 실효성을 제고하여야 할 것이다.

여기서는, 부동산실명제법 시행 이후의 위 법 해석상의 몇 가지 문제 및 그 개선점을 살펴 본다.

나. 부동산은 유통(流通)되어야 한다.

(1) 악의(惡意)의 매◇인을 방조범으로 처벌하는 문제

부동산실명법 제7조 제3항은, 법 제3조(명의신탁약정에 의한 수탁자 명의의 등기 금지)의 규정을 위반하도록 방조한 자는 1년 이하의 징역,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예컨대, 부동산을 매도하려는 자가 미등기 전매를 하려는 매수인의 요구로 매수인 명의를 ‘매수인 또는 매수인이 지정하는 자’ 또는 ‘매수인 김개똥 외 1인’으로 하는 경우가 실제 거래상 빈번하다.

이 경우 매수인이 어떠한 사정으로 ‘자신 명의로 등기하는 경우’에는 매◇인의 형사 처벌이 문제되지 않으나, 자기 앞으로 등기를 생략한 채 ‘제3자 명의로 등기하는 경우’ 에는 매◇인은 위 7조 3항의 방조범으로 처벌된다(부동산실명법 해설 50쪽).

부동산을 매도하려는 자는 매수인의 우연한 사정에 의하여, 그것도 대부분 미등기 전매를 이용하여 경제적 이득을 취하려는 매수인의 의사에 따라서 그 처벌 여부가 결정된다.

물론, 이 경우 매수인 명의를 위와 같이 한 경우에는 제3자에게 명의가 넘어갈 것을 알 수 있었지 않았냐 하는 문제를 제기할 수 있으나, 이는 아래에서 보는 문제점이 있다.

(2) 매◇인과 매수인의 차별

법 제4조 3항은 명의신탁 약정이나 그 등기의 무효로 인하여 매수인인 제3자는 그 부동산에 관하여 명의신탁 약정이 있었음을 알았든(善意), 몰랐든(惡意) 그 부동산에 관하여 유효하게 소유권 등을 취득할 수 있다.

매◇인과 매수인은 모두 명의신탁관계(명의신탁자와 명의수탁자 내부의 관계)로부터 벗어난 외부에 존재하는 사람들로서, 매◇인과 매수인 사이에 명의신탁 사실을 알았는 가의 여부에 따라 방조범으로 형사처벌하고 더 나아가서 그 부동산의 소유권 변동의 효력의 유효와 무효(有效와 無效)가 좌우되게 하는 것이 거래의 안전(去來의 安全)을 위하여 과연 타당성이 있는 지 의문이다.

매◇인은 매수인과 같이 명의신탁 외부의 사람으로서, 부동산의 매도를 통하여 경제적인 이득을 얻으려 할 뿐 누구 명의로 이전등기가 되는지는 별 관심이 없다. 오히려 선의, 악의에 따른 위와 같은 매◇인의 처벌이나 매매계약 자체의 무효 가능성은 정상적인 부동산 거래를 위축시키는 부정적 효과를 낳을 수 있다.

더욱이, 위와 같은 상황은 부동산을 팔려는 매◇인이 아니라 전매이익을 남기려는 매수인 즉 명의신탁자에 의하여 전적으로 만들어지는 상황이고, 이후 계약 자체의 효력 유무도 신탁자에게 달려 있는 것이므로 더욱 그러하다.

따라서, 위 방조범 처벌규정은 명의신탁 금지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하여 신탁관계 외부의 자에게도 그 책임을 묻는 것이나, 이는 매수인에 대한 규정과 비교하여 볼 때 이유없는 차별로서 폐지함이 타당하다고 본다.

(3) 계약명의신탁에서 매◇인의 선의, 악의의 문제

법 제4조 2항 단서는 계약명의신탁에서 매◇인이 선의인 경우는 명의신탁 약정은 무효라도 이전등기는 유효한 것으로 예외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는 입법자가 선의의 매◇인을 보호하기 위하여 결단한 것이기는 하나, 과연 매◇인의 선의, 악의에 따라서 그 이전등기의 효력에 차별을 두어야만 하는가가 문제이다. 법률적으로는, 계약명의신탁(예컨대 농지매매의 경우)에서 수탁자는 신탁자에 대한 관계에서는 허수아비에 불과하여 매◇인과의 계약은 허수아비에 의한 법률행위 (Strohmanngeschaft)로 매◇인의 선의, 악의를 묻지 않고 유효하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김상용, 부동산실명법의 제모순점]

또한, 경제적으로 면에서는 앞서 본 것처럼 선의, 악의의 문제는 방조범으로 처벌 가능성이 없어진다 해도 매매계약의 유효성을 좌우하여 부동산의 거래를 혼란시키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부동산실명제에서 명의신탁이 무효인 이상, 모든 형사적, 경제적 불이익은 명의신탁의 내부관계에 있는 자 즉 신탁자와 수탁자에게 귀속되어야 하고, 그 밖에 있는 매◇인이나 매수인에게 그 불이익을 돌려서는 안 될 것이고, 이는 거래안전을 위하여 필요하다고 본다.

또한, 그 내부관계에서는 지금까지의 논의대로 수탁자가 아닌 신탁자에게 그 불이익이 귀속되어야 할 것이다. 입법론적으로 개정의 필요성이 있다고 본다.

다. 부동산등기제도가 개선되어야 한다.

부동산 거래에 관한 앞서 본 각종의 과거 조치는 형사처벌이나 행정제재 등 공법적(公法的)인 수단에 의한 것이었고, 부동산실명제법은 처음으로 사법상(私法上)의 명의 신탁 약정에 대한 무효규정을 두었지만 공법적 제재규정은 더 엄중해졌다.

부동산 거래의 실명화를 이루기 위하여는 일부 시민의 자발적인 준법행위를 기대하고 그렇지 않을 경우 형벌 등의 공적 제재를 가할 거라고 예고하는 방식보다는, 부동산 실명거래가 우리 사회의 자본주의적 생활질서의 하나의 자연스럽게 받아들여 지도록 사법적(私法的)인 제도 내지 시스템이 보완되어야 한다.

부동산실명제법의 입법과정에서 등기공무원에 대한 등기원인 실질심사제와 등기원인 서면의 공증제도가 등기공무원 및 공증인의 부족이라는 현실적인 문제로 인하여 채택되지 않았다(1993년도 등기건수는 7,352,569건이었고 1994. 12. 31. 현재 실제 등기업무에 종사한 법원공무원은 410명이었으며, 1995. 12. 1. 현재 공증인은 152개소의 733명뿐 이었다).

부동산실명제를 시행한 지 10여년이 경과한 현재, 사법시험제도의 개선으로 변호사의 수자가 대폭 증원되어 공증인의 수가 늘어났고, 등기공무원의 충원 문제도 부동산 실명제의 제도적 완성을 위하여 계속 미룰 수만은 없는 문제가 되었다.

프랑스나 독일의 경우 등기신청의 절차 면에서 공증, 등록, 등기의 3단계 과정, 즉 공증인으로부터 공증문서를 작성하여 행정관서인 지방지적사무소에 등록한 후 등기공무원의 실질적 심사를 거쳐 등기하는 과정을 취하게 된다고 한다.

등기원인서면에 대한 공증제도나 등기공무원의 실질심사제도가 확립되면 타인 명의로 등기하거나 등기원인을 다르게 할 수 없게 될 것이고, 위와 같은 등기를 신뢰한 이해관계인에 대하여는 국가배상제도나 보험제도 등으로 그 문제점을 보완할 수 있을 것이다.

 

10. 결론

가. 이 사건의 경우

이 사건 부동산에 관한 피고 명의의 등기는 원고가 부동산실명제가 시행된 이후 자신에 대한 채권자의 강제집행을 면탈하기 위하여 피고와의 명의신탁약정에 기하여 마쳐진 것이다.

따라서, 원고가 불법의 원인으로 급여한 피고 명의의 소유권이전등기에 대하여는 부당이득으로 그 반환청구를 할 수 없을 뿐 아니라, 민법 제746조에 의하여 이 사건 부동산의 소유권은 피고에게 귀속되었으므로, 원고가 이 사건 부동산의 소유자임을 전제로 하는 진정명의회복을 원인으로 하는 이 사건 청구도 인정되지 않는다.

나. 피고의 항변이 필요한지의 여부

불법원인급여의 사실은 민법 제746조 본문이든 단서이든 당사자의 주장이 있어야만 적용 가능한 것은 아니고 변론에 나타난 사정에 의하여 법원이 직권(職權)으로 인정할 수 있다(민법주해 523쪽).

원고는 그 주장 자체에서 이 사건 부동산에 관하여 피고 앞으로 마친 소유권이전등기가 자신의 채무를 면탈하기 위한 목적으로 마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므로 앞서 의결론에 이르는 데에 피고의 항변을 별도로 필요로 하지 않는다.

다. 맺음말

수천억원의 형사상의 추징금을 받았던 전직 대통령이 자신은 29만원 밖에 없어 추징금을 국가에 납부할 수 없지만, 자식들은 수백억원 대의 부동산을 가지고 기업을 경영할 수 있는 것이 우리 사법 현실(司法 現實)이다.

타인의 이름를 빌려 투기를 통해 부(富)를 축적하고, 다시 자신이 얻은 부에 대한 정당한 세금을 타인의 명의를 빌림으로써 포탈하고, 그렇게 얻은 돈으로 다시 투기를 하다가 자신이 타인에 빚을 지게 되는 경우 자기의 재산을 타인 명의로 신탁을 함으로써 정당한 채권자가 아무런 권리도 행사하지 못하게 하는 이런 상황은 이제 끝내야 한다. 명의신탁제도가 이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한 중요한 원인이었고, 이를 극복하려는 정부와 국회의 의지가 부동산실명제를 만들어 냈으며, 이제 부동산실명제 시행 10년이 흐른 지금 법원은 그에 대한 명확한 해답을 내려야 할 것으로 본다. 이상의 이유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이종광 _________________________

 

대법원 1991. 9. 13. 선고 91다16334 판결【소유권이전등기등】[공1991.11.1.(907),2533]

판시사항

양도소득세를 회피하기 위한 방법으로 부동산을 명의신탁한 것이 민법 제103조의 반사회적 법률행위로서 무효인지 여부(소극)

 

재판요지

양도소득세를 회피하기 위한 방법으로 부동산을 명의신탁한 것이라 하더라도그러한 이유 때문에 민법 제103조의 반사회적 법률행위로서 위 명의신탁이 무효라고 할 수 없다.

 

원심판결

서울고등법원 1991.4.17. 90나41762

 

참조판례

대법원 1964.7.21. 선고 64다554 판결(1984,520) 1981.11.10. 선고 80다2475 판결(1988,189)

 

따름판례

대법원 1992.12.22 선고 91다35540 판결

 

참조법령

민법 제103조,제186조[명의신탁]

 

전 문

1991.9.13.. 91다16334,16341(반소) 소유권이전등기등

【전 문】

【원고(반소피고), 피상고인】 박성주 소송대리인 변호사 최승민

【피고(반소원고), 상고인】 민경숙 소송대리인 변호사 박정서

【원심판결】 서울고등법원 1991.4.17. 선고 90나41762,41779(반소) 판결

【주 문】 상고를 기각한다.

상고비용은 피고(반소원고)의 부담으로 한다.

【이 유】 피고(반소원고) 소송대리인의 상고이유에 대하여

원심은 이사건 부동산에 관한 피고명의의 소유권이전등기에 대하여이는 원고의 명의신탁으로 인한 것이라고 인정하고 원고의 그 소유권을 전제로 한 본소청구를 인용하면서 피고의 반소청구를 배척한 제1심판결을 지지하였는 바, 이는 정당하고 소론과 같은 채증법칙위배나 심리미진의 위법이 있다고할 수 없다.

원고가 양도소득세를 회피하기 위한 방법으로 위 부동산을 피고에게 명의신탁을 한 것이라 하더라도 그러한 이유 때문에 민법 제103조의 반사회적 법률행위로서 위 명의신탁이 무효라고 할 수 없다. 논지는 이유 없다.

이에 상고를 기각하고 상고비용은 패소자의 부담으로 하여 관여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