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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례 소개

다시보는, 위안부 피해자들의 배상청구권 확인한 2011년 헌재판결(위헌인용)

 

대한민국과 일본국간의 재산 및 청구권에 관한 문제의 해결과 경제협력에 관한 협정 제3조 부작위 위헌확인 (일본군위안부의 행정부작위 위헌소원 사건)

 

헌법재판소(2006헌마788)는 2011830일 재판관 6(위헌) : 3(각하)의 의견으로, 청구인들이 일본국에 대하여 가지는 일본군위안부로서의 배상청구권이 대한민국과 일본국 간의 재산 및 청구권에 관한 문제의 해결과 경제협력에 관한 협정’(이하 이 사건 협정’) 2조 제1항에 의하여 소멸되었는지 여부에 관한 한·일 양국 간 해석상 분쟁을 위 협정 제3조가 정한 절차에 따라 해결하지 아니하고 있는 피청구인의 부작위는 위헌임을 확인한다는 결정을 선고하였습니다.


우리 헌법 제10, 2조 제2항 및 전문과 이 사건 협정 제3조의 문언에 비추어 볼 때, 피청구인이 위 제3조에 따라 분쟁해결의 절차로 나아갈 의무는 헌법에서 유래하는 작위의무로서 그것이 법령에 구체적으로 규정되어 있는 경우라고 할 것이고, 청구인들의 재산권 및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라는 기본권의 중대한 침해가능성, 구제의 절박성과 가능성 등을 고려할 때, 피청구인에게 이러한 작위의무를 이행하지 않을 재량이 있다고 할 수 없으며, 현재까지 피청구인이 분쟁해결절차의 이행이라는 위 작위의무를 충실히 이행하였다고 볼 수 없으므로, 결국 피청구인의 이러한 부작위는 헌법에 위반하여 청구인들의 기본권을 침해한다는 것입니.


이에 대하여, 이 사건 협정으로 인하여 청구인들이 일본국에 대한 손해배상청구권을 행사할 수 없게 된 손해를 완전하게 보상할 책임을 진다고 아울러 선언하여야 한다는 조대현 재판관의 인용보충의견 및 헌법 제10, 2조 제2, 헌법 전문의 규정, 이 사건 협정 제3조에 기하여서는 청구인들에 대하여 국가가 이 사건 협정 제3조에 정한 분쟁해결절차에 나아가야 할 구체적인 작위의무가 발생한다고 볼 수 없으므로,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청구는 부적법하여 각하하여야 한다는 재판관 이강국, 재판관 민형기, 재판관 이동흡의 반대의견이 있었습니다.

 

 

사건의 개요 및 심판의 대상

 

사건의 개요

청구인들은 일제에 의하여 강제로 동원되어 성적 학대를 받으며 위안부로서의 생활을 강요당한 일본군위안부 피해자들로, 청구인들이 일본국에 대하여 가지는 일본군위안부로서의 배상청구권이 대한민국과 일본국 간의 재산 및 청구권에 관한 문제의 해결과 경제협력에 관한 협정’(조약 제172, 이하 이 사건 협정이라 한다) 2조 제1항에 의하여 소멸되었는지 여부에 관하여, 일본국은 위 규정에 의하여 청구권이 모두 소멸되었다며 청구인들에 대한 배상을 거부하고 있고, 대한민국 정부는 청구인들의 위 배상청구권은 이 사건 협정에 의하여 해결된 것이 아니라는 입장이어서, 일 양국 간에 이에 관한 해석상 분쟁이 존재하므로, 피청구인으로서는 이 사건 협정 제3조가 정한 절차에 따라 위와 같은 해석상 분쟁을 해결하기 위한 조치를 취할 의무가 있다고 할 것인데도 이를 전혀 이행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2006. 7. 5. 이러한 피청구인의 부작위가 청구인들의 기본권을 침해하여 위헌이라는 확인을 구하는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심판의 대상

이 사건 심판대상은, 청구인들이 일본국에 대하여 가지는 일본군위안부로서의 배상청구권이 대한민국과 일본국 간의 재산 및 청구권에 관한 문제의 해결과 경제협력에 관한 협정2조 제1항에 의하여 소멸되었는지 여부에 관한 한·일 양국 간 해석상 분쟁을 위 협정 제3조가 정한 절차에 따라 해결하지 아니하고 있는 피청구인의 부작위가 청구인들의 기본권을 침해하는지 여부이고, 이와 관련된 위 협정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대한민국과 일본국 간의 재산 및 청구권에 관한 문제의 해결과 경제협력에 관한 협정(1965. 6. 22. 체결, 1965. 12. 18. 발효)

2

1. 양 체약국은 양 체약국 및 그 국민(법인을 포함함)의 재산, 권리 및 이익과 양 체약국 및 그 국민간의 청구권에 관한 문제가 195198일에 샌프란시스코시에서 서명된 일본국과의 평화조약 제4(a)에 규정된 것을 포함하여 완전히 그리고 최종적으로 해결된 것이 된다는 것을 확인한다.

3

1. 본 협정의 해석 및 실시에 관한 양 체약국 간의 분쟁은 우선 외교상의 경로를 통하여 해결한다.

2. 1.의 규정에 의하여 해결할 수 없었던 분쟁은 어느 일방 체약국의 정부가 타방 체약국의 정부로부터 분쟁의 중재를 요청하는 공한을 접수한 날로부터 30일의 기간 내에 각 체약국 정부가 임명하는 1인의 중재위원과 이와 같이 선정된 2인의 중재위원이 당해 기간 후의 30일의 기간 내에 합의하는 제3의 중재위원 또는 당해 기간 내에 이들 2인의 중재위원이 합의하는 제3국의 정부가 지명하는 제3의 중재위원과의 3인의 중재위원으로 구성되는 중재 위원회에 결정을 위하여 회부한다. , 3의 중재위원은 양 체약국 중의 어느 편의 국민이어서는 아니 된다.

3. 어느 일방 체약국의 정부가 당해 기간 내에 중재위원을 임명하지 아니하였을 때, 또는 제3의 중재위원 또는 제3국에 대하여 당해 기간 내에 합의하지 못하였을 때에는 중재위원회는 양 체약국 정부가 각각 30일의 기간 내에 선정하는 국가의 정부가 지명하는 각 1인의 중재위원과 이들 정부가 협의에 의하여 결정하는 제3국의 정부가 지명하는 제3의 중재위원으로 구성한다.

4. 양 체약국 정부는 본조의 규정에 의거한 중재위원회의 결정에 복한다.

 

 

결정이유의 요지

 

헌법 전문, 헌법 제10, 2조 제2항과 이 사건 협정 제3조의 문언에 비추어 볼 때, 피청구인이 위 제3조에 따라 분쟁해결의 절차로 나아갈 의무는 일본국에 의해 자행된 조직적이고 지속적인 불법행위에 의하여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심각하게 훼손당한 자국민들이 배상청구권을 실현하도록 협력하고 보호하여야 할 헌법적 요청에 의한 것으로서, 그 의무의 이행이 없으면 청구인들의 기본권이 중대하게 침해될 가능성이 있으므로, 피청구인의 작위의무는 헌법에서 유래하는 작위의무로서 그것이 법령에 구체적으로 규정되어 있는 경우라고 할 것이다.

 

특히, 우리 정부가 직접 일본군위안부 피해자들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행위를 한 것은 아니지만, 일본에 대한 배상청구권의 실현 및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의 회복에 대한 장애상태를 초래한 데는 청구권의 내용을 명확히 하지 않고 모든 청구권이라는 포괄적인 개념을 사용하여 이 사건 협정을 체결한 우리 정부에도 책임이 있다는 점에 주목한다면, 그 장애상태를 제거하는 행위로 나아가야 할 구체적 의무가 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피청구인은 이와 같은 작위의무를 이행하지 아니하여 청구인들의 기본권을 침해하였을 가능성이 있다 할 것이므로, 적법요건은 모두 갖추었다고 인정되며, 실제 피청구인의 부작위가 청구인들의 기본권을 침해하였는지 여부는 본안에 나아가 판단하여야 한다.

 

이 사건 협정 제2조 제1항의 대일청구권에 일본군위안부 피해자의 배상청구권이 포함되는지 여부에 관하여 한·일 양국 간에 해석 차이가 존재하고, 그것이 위 협정 제3조의 분쟁에 해당한다는 것은 분명하므로, 피청구인으로서는 이 사건 협정 제3조에 의한 분쟁해결절차에 따라 외교적 경로를 통하여 해결하고, 그러한 해결노력이 소진된 경우 이를 중재에 회부하여야 하는 것이 원칙이라 할 것이다.

이러한 분쟁해결절차로 나아가지 않은 피청구인의 부작위가 청구인들의 기본권을 침해하여 위헌인지 여부는, 침해되는 기본권의 중대성, 기본권침해 위험의 절박성, 기본권의 구제가능성, 작위로 나아갈 경우 진정한 국익에 반하는지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국가기관의 기본권 기속성에 합당한 재량권 행사 범위 내로 볼 수 있을 것인지 여부에 따라 결정된다.

 

일본국에 의하여 광범위하게 자행된 반인도적 범죄행위에 대하여 일본군위안부 피해자들이 일본에 대하여 가지는 배상청구권은 헌법상 보장되는 재산권일 뿐만 아니라, 그 배상청구권의 실현은 무자비하고 지속적으로 침해된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및 신체의 자유를 사후적으로 회복한다는 의미를 가지는 것이므로, 그 실현을 가로막는 것은 헌법상 재산권 문제에 국한되지 않고 근원적인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의 침해와 직접 관련이 있다. 따라서 침해되는 기본권이 매우 중대하다.

 

또한, 일본군위안부 피해자는 모두 고령으로서, 더 이상 시간을 지체할 경우 일본군위안부 피해자의 배상청구권을 실현함으로써 역사적 정의를 바로세우고 침해된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회복하는 것은 영원히 불가능해질 수 있으므로, 기본권 침해 구제의 절박성이 인정되고, 이 사건 협정의 체결 경위 및 그 전후의 상황, 일련의 국내외적인 움직임을 종합해 볼 때 구제가능성이 결코 작다고 할 수 없다.

국제정세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한 전략적 선택이 요구되는 외교행위의 특성을 고려한다고 하더라도, 피청구인이 부작위의 이유로 내세우는 소모적인 법적 논쟁으로의 발전가능성이나 외교관계의 불편이라는 매우 불분명하고 추상적인 사유를 들어, 기본권 침해의 중대한 위험에 직면한 청구인들에 대한 구제를 외면하는 타당한 사유라거나 진지하게 고려되어야 할 국익이라고 보기는 힘들다.

 

이상과 같은 점을 종합하면, 결국 이 사건 협정 제3조에 의한 분쟁해결절차로 나아가는 것만이 국가기관의 기본권 기속성에 합당한 재량권 행사라 할 것이고, 피청구인의 부작위로 인하여 청구인들에게 중대한 기본권의 침해를 초래하였다 할 것이므로, 이는 헌법에 위반된다.

 

 

인용보충의견(재판관 조대현)의 요지

 

법정의견에 덧붙여, 대한민국은 이 사건 협정으로 인하여 청구인들이 일본국에 대한 손해배상청구권을 행사할 수 없게 된 손해를 완전하게 보상할 책임을 진다고 선언하여야 한다.

 

 

반대의견(재판관 이강국, 재판관 민형기, 재판관 이동흡)의 요지

 

1. 헌법규정, 헌법해석, 이 사건 협정 제3조의 문언을 종합하여도 국가의 청구인들에 대한 헌법에서 유래하는 작위의무는 도출될 수 없다.

행정권력의 부작위에 대한 헌법소원이 적법하기 위해서는, 공권력의 주체에게 헌법에서 유래하는 작위의무가 특별히 구체적으로 규정되어 있어야 하는데, 위 작위의무의 도출근거는 헌법의 명문, 헌법의 해석, 법령의 규정 3가지이다.

 

그런데 여기서 유념해야 할 것은, 헌법의 명문규정상, 헌법해석상, 법령상 도출되는 공권력 주체의 구체적 작위의무는 기본권의 주체인 국민에 대한의무라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야만 이에 의거하여 기본권의 주체가 행정행위 내지 공권력의 행사를 청구할 수 있음에도 공권력의 주체가 그 의무를 해태하여기본권을 침해받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우선, 헌법 제10조의 국민의 인권을 보장할 의무, 2조 제2항의 재외국민 보호의무, 헌법 전문(前文) “3·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임시정부이 법통을 계승한다는 부분은, 국가의 국민에 대한 일반적추상적 의무를 선언한 것이거나 국가의 기본적 가치질서를 선언한 것일 뿐이어서 그 조항 자체로부터 국가의 국민에 대한 구체적인 작위의무가 나올 수 없다고 할 것이고, 이는 우리 재판소의 확립된 판례이기도 하다.

 

다음으로 이 사건 협정 제3조가 법령에 구체적으로 작위의무가 규정되어 있는 경우에 해당하는지가 문제인데, 이 사건 협정은 한일 양국이 당사자가 되어 상대방에 대하여 부담할 것을 전제로 체결된 조약이기에 이 사건 협정 제3조에 기한 양국의 의무는 자국 국민에 대하여 부담하는 의무가 아니므로, “이 사건 협정 제3조의 분쟁해결절차에 나아가라고 자국 정부에 대하여 요구할 수 있는 권리를 해당국 국민에게 부여하는 내용의 문구가 이 사건 협정 어디에도 없는 이상, ‘우리 정부가 청구인들에 대하여 부담하는 작위의무는 도출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