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담사례] 수사기관에서 자백을 하면 구속영장을 청구하지 않겠다는 취지로 회유하는데 그냥 인정해야 하나요?

 

 

[질의] 

 

사기사건으로 조사를 받고 있는 중입니다. 제가 주변에서 상담을 받아 온 바로는 해당 사건이 사기죄가 성립하기 어렵다고 하고, 저로서도 사업이 결과적으로 잘 되지 못하여 사업을 도와주신 분들에게 피해를 드리고 있는 것에는 죄송하게 생각하지만, 사기범으로 몰리는 것은 많이 억울한 실정입니다. 그런데 경찰에서는 혐의를 깨끗이 인정하고 나중에 법원에서 선처를 받을 생각을 해라, 자꾸 혐의를 부인하고 반성의 모습이 보이지 않으면 구속영장을 청구하겠다면서 회유와 압박을 반복하고 있습니다. 일단 구속을 모면하기 위해서는 일단 혐의를 인정하는 쪽이 나은지요? 참고로 경찰에서 피해금액으로 제시하고 있는 액수는 수억원에 달합니다. 

 

[답변]

 

사기죄의 성립여부에 있어 무혐의를 주장할 여지가 있고 나름의 근거도 있는 사안이라면, 충실히 무죄취지 변론을 하시는 것이 낫습니다. 

구속영장이 발부되는 요건은 간략히 이야기해서 혐의의 상당성 + 도주의 우려 OR 증거인멸 우려 OR 피해자 등에 대한 위해가능성 정도로 정리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도주의 우려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피의자가 도주가능성이 있는지 그 내심의 의사를 들여다 볼 수 없기 때문에 결국 객관적인 상황을 통해 이를 역으로 추단할 수밖에 없고, 이 경우 핵심적인 척도가 바로 예상되는 처단형의 경중(즉, 예상되는 형량)입니다. 

사안의 경우 피해금액이 수억원에 이르고 달리 피해변제나 합의가 되지 않은 상황이라면, 그러한 상태에서 혐의의 상당성이 인정될 경우 법원에 구속영장을 청구하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영장이 발부됩니다. 그런데 질문자가 무죄변론의 방어권을 포기하고 혐의를 자백하게 될 경우, 전통적으로 증거의 왕으로 평가받아온 자백에 의하여 질문자의 사기 혐의의 상당성이 소명되어 버리기 때문에, 그러한 상태에서 수사기관이 영장을 청구하면 구속을 피하기 어렵게 됩니다. 

반면에, 질문자의 무죄취지 변론이 상당한 근거를 지닌 것일 경우, 수사기관 입장에서도 구속 운운하며 회유와 압박을 할 수는 있어도, 결국 혐의의 상당성을 충분히 소명하지 못하여 스스로 영장청구에 이르 지 못하거나, 영장청구가 되어도 법원에서 기각될 가능성이 높게 됩니다. 

특히 수사기관에서 자백을 하면 마치 영장청구를 하지 않을 것처럼 회유한다 하더라도 그러한 것은 어떠한 공식적인 확약도 아니기 때문에, 결국 자신은 영장청구를 안하는 쪽으로 건의했는데, 상부에서 영장청구 쪽으로 수사지휘를 하였다고 이야기하면 그만이기 때문에, 그러한 회유만을 믿고 스스로의 무죄변론권을 포기하는 것은 바람직한 대처 방법이 아니라 하겠습니다.